영일만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영일만3산업단지 내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 지난 13일 이곳에서는 국내 기업 등이 참여해 만든 수중건설로봇 시제품을 실제 해역에서 테스트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트랙기반 해저 중작업용 로봇(URI-R)을 바닷가로 옮기기 위해 트레일러에 실었고 또 다른 중작업용 로봇(URI-T)는 막바지 수조 테스트를 위한 정비작업으로 분주했다.
이들 수중건설로봇은 이달 말부터 포항·제주 등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 기능 및 작업성능을 검증하게 된다. 그 동안 센터에서 모의 테스트를 마치고 실전 테스트에 들어가는 셈이다.
최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심해 등에서 해저터널이나 해양플랜트, 해상풍력단지 등을 건설하는 로봇수요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다양한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자타가 인정하는 건설기술 강국이지만 아직 수중과 관련한 기술과 장비는 사실상 100%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는 지상 4층, 연면적 4,399㎡ 규모로, 수중로봇에 대한 기술자립화를 통해 ‘수중건설 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6월 설립됐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총 사업비 813억이 투입되는 ‘수중건설로봇 기술 개발사업’에 따른 인프라로 구축된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경상북도·포항시가 공동 지원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도혜진 수중건설로봇사업단 연구원은 “센터에는 최대 유속 3.4 노트의 조류를 만드는 회류수조 등 수중 환경을 재연한 첨단장비가 구축돼 있어 시제품 로봇이 실제 바다와 같은 조건에서 성능검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그 동안 3종의 수중건설로봇 시제품이 테스트를 진행했다. URI-L은 해저의 기초적인 지형조사부터 해양 구조물의 볼트·너트 체결 등 경작업을 할 수 있다. 또 URI-T는 해저에서 고압으로 물을 쏴 땅을 파고 전력선이나 케이블을 매설할 수 있고, URI-R은 마치 포크레인과 같이 암반이나 토사를 깨고 파이프라인 등을 설치할 수 있다.
수조 테스트를 마친 이들 수중로봇들은 올해 안에수심 100m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 내압·방수·주행·제어시험을 진행한다. 내년에는 최대 수심 500m 해역까지 내려가 기능 및 작업 성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오는 2020년 세계 해양플랜트산업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0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해양 구조물이 점차 대수심 조건에서 건설되고 있어 수중건설로봇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중건설로봇사업단 관계자는 “수중건설로봇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2021년 관련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85%까지 확보되고 수입·임대에 의존하고 있는 장비도 50%이상 자립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증센터 및 영일만3산업단지에는 대양전기공업·레드원테크놀러지·이너스페이스원정 등 수중건설로봇 관련 기업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영일만3산업단지에는 안전로봇 실증단지 등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도 추진중인 만큼 이 일원이 수중건설과 안전을 중심으로 한 국내 로봇산업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포항=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