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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KAIST총장 "4차혁명 성공방정식, 정권 초월한 한국형 모델 만들어야"

[서경이 만난 사람]

정권따라 미래전략 흔들려선 안돼...산학연·민관정 협업-혁신이 핵심

R&D 투자는 연구자 중심 전환하고 세계적 대가 초빙해 인재 키워야

4차혁명위 구속력 없으면 의미없어...논의내용 신속전달·집행 점검을

신성철 KAIST 총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을 쓰기 위한 미래전략 혁신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권욱기자신성철 KAIST 총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을 쓰기 위한 미래전략 혁신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권욱기자




“정권을 초월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신성철(65)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지난 12일 대덕연구단지 내 KAIST 총장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독일 인더스트리4.0, 미국 디지털인포메이션처럼 우리만의 미래전략 혁신모델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성공 방정식으로 혁신과 산학연(産學硏)·민관정(民官政) 간 협업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했으나 정권과 동시에 사라져버렸다”며 미래전략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지난 3월 개교 46년 만에 모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AIST 총장에 오른 그는 ‘글로벌 가치창출 세계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World-Leading University)’을 비전으로 내놓았다. 이를 위해 △교육혁신 △연구혁신 △기술사업화 혁신 △국제화 혁신 △미래전략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신 총장은 “선진국이 새로운 길을 가고 중진국은 쫓아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서 새로운 한국형 혁신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기 위한 기회요소와 위협요소를 분석했다. 기회요소로는 인터넷 인프라 측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최강국인데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제조업 경쟁력이 있으며 선진국이 150~200년 걸린 산업화·정보화를 50년 만에 해내 속도 DNA를 증명했고 국민과 여야 정치권이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신 총장은 “우리는 말은 많고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데 스피드가 늦다”며 “창업을 가속화하고 규제를 개선하자고 하는데 잘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기에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연구비가 9배이고 중국은 연구인력이 10배나 된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비 비중은 우리나라가 제일 높지만 절대규모에서는 크게 밀린다”고 덧붙였다.

신 총장은 연 20조원에 달하는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도 연구 분야 중심에서 연구자 중심 투자로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체계의 대전환)가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팩트(impact·강력한 영향과 충격) 없는 연구는 필요 없습니다. 학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세계적 대가를 초빙해 그 사람이 인재를 끌어모아 키우는 이스라엘식 전략을 쓸 필요가 있어요.”


실제 이스라엘은 우리나라보다 연구비는 5분의1, 경제 규모는 7분의1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세계에서 인구당 제일 많고 미국 나스닥 상장도 (미국 이외 국가 중) 제일 많다는 게 신 총장의 설명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철저히 연구자 중심 투자를 진행하며 TO(Table of organization·규정에 의해 정한 인원)가 있을 때 세계적 인사를 초빙해 그가 하고 싶은 것에 투자하도록 하고 실패마저도 용인하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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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KAIST 총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을 쓰기 위한 미래전략 혁신모델을 강조하고 있다./권욱기자신성철 KAIST 총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을 쓰기 위한 미래전략 혁신모델을 강조하고 있다./권욱기자


신 총장은 “이제는 우리도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 연구로 혁신해야 한다”며 “학문적 가치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서 세계 최고이거나 세계 최초이거나 세계 유일의 연구결과 성과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혁신의 핵심으로 창의적 융복합인재 육성을 부르짖으며 학과를 뛰어넘는 융합연구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실적이 우수한 교수가 은퇴하면 그냥 연구실 문을 닫지 말고 일본처럼 후학이 물려받아 협업하도록 시스템도 만들 방침이다.

그는 ‘혁신성장’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을 거듭 강조하며 KAIST가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AIST가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개별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파트너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일자리와 포용성장을 위한 포럼을 공동개최하고 조인식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KAIST는 WEF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이노베이션센터에 연구원을 파견해 4차 산업혁명 연구와 과학기술 모니터링, 정책개발 등에 나서기로 했다. 신 총장은 “6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 성공모델을 한국에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며 “우리가 추격전략으로 반세기 만에 세계 10대 국가로 도약하는 경제 성과를 얻었지만 이제는 세계 미래 트렌드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과 인공지능(AI)이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대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밝혔다. 그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은 잘 했지만 그동안 얘기만 하다 끝나는 위원회가 많았다. 구속력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위원회에서 논의한 것을 신속하게 정부에 전달하고 집행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5~2016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했던 경험을 되뇌며 비록 헌법기관이지만 구속력이 없었다며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예산이나 인사, 의결권이 없고 거기서 논의된 것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나토(NATO·No Action Talking Only·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한다)’가 된다”며 “(분기당 한 번씩 진행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결정이 그리 구속력이 있지 않다 보니 VIP(대통령)가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전=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신성철 KAIST 총장

△1952년 대전 △1975년 서울대 응용물리학사 △1977년 KAIST 고체물리학 석사 △1984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재료물리학 박사 △2007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2009년 대한민국 학술원상 △2009~2010년 한국자기학회 회장 △2011~2012년 한국물리학회 회장 △2011~2017년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1·2대 총장 △2012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2015~2016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 2017년~ KAIST 총장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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