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알파고’를 내세워 인공지능(AI)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는 데는 단 두 건의 인수합병(M&A)이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하나는 지난 2013년 스타트업 ‘디엔엔리서치(DNNresearch)’, 다른 하나는 2014년 ‘딥마인드’의 인수다.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구글의 디엔엔리서치 인수를 더 절묘한 신의 한 수로 꼽는다.
구글이 디엔엔리서치를 인수한 것은 설립자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를 영입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힌턴 교수는 얀 르쿤 페이스북 인공지능연구소장(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전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장),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함께 ‘인공지능 4대 천재’로 불리는 인공지능 분야 석학이다. 알파고의 작동원리이자 인간의 두뇌를 모방해 ‘스스로 발전한다’는 콘셉트의 AI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의 최초 고안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이 치열하다. 그 중심에는 ‘인재 확보’가 있다. 구글의 사례처럼 S급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과 함께 미래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단 1명의 핵심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해당 기업 M&A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윤부근 생활가전(CE) 부문장과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장,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비롯한 삼성 핵심 수뇌부들은 미국 실리콘밸리로 일제히 날아갔다. 이날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열린 ‘테크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삼성의 혁신을 이끄는 데이비드 은 삼성 넥스트 부사장 등도 참석했다.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서 테크포럼을 연 것은 순전히 이곳에 근무하는 우수 인재들을 한곳에 불러모으고 이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우수 인재들이 밀집해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의 기술 동향과 관심사항을 소개하며 일종의 ‘기업설명회(IR)’를 한 셈이다. 캐주얼 차림의 윤 대표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라면서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삼성은 최근 인공지능 연구 허브로 자리매김한 캐나다 몬트리올대에 ‘AI 랩’을 설치해 이 분야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와도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역시 세계적인 석학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만 인재 영입을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다. LG그룹은 총수가 직접 나선다. 구본무 LG 회장은 2012년부터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LG 테크노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 회장은 다른 행사는 몰라도 테크노 컨퍼런스만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행사는 미주 지역 유수 대학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이공계 석·박사들을 초청해 LG를 어필하는 자리다. 구 회장이 직접 참석 학생들과 악수하며 ‘LG에서 만납시다’라고 읍소하기도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핵심인재 확보는 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면서 “이런 분위기는 인공지능 등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산업 흐름이 다가오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