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공사의 영국 원전 ‘수주전’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지원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신고리 5·6호기의 결론 발표에 앞서 이념 대결로 번진 탈원전 정책의 출구전략에도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서울경제신문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원전수출전략회의 안건에 따르면 정부와 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은 지난 10일 한전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금융심사 방향을 논의했다.
무어사이드 원전은 일본 도시바가 지분 60%를 가지고 있는 원전 개발사 ‘뉴젠’이 영국에 원전 3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180억달러(한화 약 21조원)에 달한다. 도시바의 몰락으로 올 초부터 영국 정부 차원에서 한전에 지분 인수를 해달라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사업이다.
정부는 한전 중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로 사업 틀을 짜고 있다. 필요한 재원은 수출금융기관 3사(社)를 중심으로 하는 대주단을 통해 조달한다. 또 영국 정부의 지분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공기 지연에 대한 사업비를 선반영하는 등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수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180억달러에 달하는 사업비의 재원 조달 방안도 큰 줄기가 잡혔다. 정부 가안에 따르면 우선 금융주선 126억달러 중 70억달러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을 통해 조달한다. 남은 금액은 영국 인프라사업청과 미국 수출입은행, 일본 국제협력은행 등을 활용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전은 사업자 조달금액(54억달러) 중 22억달러를 책임진다. 한국 민관합동수주단과 영국 정부 등이 지분 매입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구체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의 뉴젠 지분 인수가 결정돼야 그에 따른 금융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신중하게 접근하는 까닭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장기간의 공사 중 대금 지연, 규제 환경 변화 등 위험에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열린 원전수출전략회의에서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사례가 언급됐고 이후 △예비비 마련 △원전원료공급 체계 구축 △핵 사고 보상 보험 체계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의 선결 과제는 ‘뉴젠’의 도시바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데 인수가격이 6,400억원 정도 거론된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중국이 뛰어든 만큼 도시바 측은 양쪽을 저울질하면 인수가격을 높이 부를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 만만치 않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내에서 독과점인 전력사업으로 창출한 수익으로 해외 원전 사업에 투자하는 만큼 철저한 사전준비와 분석을 통해 위험 분산 및 관리 방안 등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론화 결과 발표 이틀 전인 18일 조환익 한전 사장은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장관을 만난다. 또 한전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에 필요한 금융 분야 요구사항도 이르면 이번주 금융기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박형윤기자 하정연 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