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新컨트롤타워' TF 구축, 법적 책임 피해갈 듯

['뜨거운 감자' 삼성 컨트롤타워 복원]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그룹별로 쪼개는 방안 유력

이사회 개혁작업 가능성도

1715A12 삼성컨트롤타워


지난 3월 삼성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공식 해체됐다. 미전실의 전신 격인 삼성물산 비서실이 만들어진 지 58년 만의 일이다. 미전실 해체는 곧 삼성그룹 해체로 받아들여졌다. 연 매출 300조원, 계열사만 60여개에 이르는 항공모함 삼성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던 조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삼성맨들은 ‘삼성그룹’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폐지한 지 고작 8개월 만에 컨트롤타워 복원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 퇴진 선언으로 삼성의 인사 및 조직 개편이 임박한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재계에서는 컨트롤타워의 순기능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한다. 이와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는데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지배구조·대관업무 피해 순기능만 살린다=삼성의 컨트롤타워는 ‘비서실(1959년)→구조조정본부(1998년)→전략기획실(2006년)→미래전략실(2010년)’ 등 이름을 바꿔가며 존재했다. 하지만 주요 기능은 같았다. 총수 보좌 업무를 비롯해 계열사 인사 및 투자 업무 조정, 감사·대관 업무 등을 수행해왔다. 미전실이 해체된 것은 미전실이 그룹 지배구조 문제와 얽혀 총수 일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족처럼 기능했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만약 컨트롤타워가 부활한다면 지배구조 관련 업무, 정경유착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대관업무 등은 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룹별 조직으로 변화 가능성=해제 직전 그룹을 명실공히 총괄했던 미전실과 같은 형태의 부활은 여론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그룹 내 지주회사 전환 시도도 모두 물거품이 된 상태라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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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오는 게 전자·생명·물산 등 3개 그룹별로 과거 미전실 조직을 잘게 써는 방안이다. 전례도 있다. 1990년대 삼성은 △기계(중공업·항공·자동차 등) △전자(전자·전기 등) △금융(보험·카드 등) 등으로 나눠 운영됐다. 그때만 해도 그룹 차원의 비서실이 있었고 소그룹별로 미전실 형태의 컨트롤타워가 또 있었다. 사실상 옥상옥이 2개였던 셈. 같은 그룹 소속 기업 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1차로 그룹 내 컨트롤타워에서 논의했고 그래도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으면 윗선인 비서실에서 ‘지침’이 내려오는 구조였다. 지금 언급되는 것은 그룹별로 각 1개씩 3개의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시나리오. 하지만 여기에도 같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남는다. 삼성전자에는 유리해도 삼성전기에는 불리한 사안이 생길 수 있고 이는 해당 기업 주주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지분 관계가 없는 기업을 그룹별로 묶는 것도 법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위원회·태스크포스(TF)로 법적 책임 비껴가기=미전실은 법적 실체 없이 막강한 권한만 행사했다는 비판을 샀다. 삼성으로서는 법적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가 여러모로 낫다. 그래서 나오는 게 위원회 혹은 TF 형태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SK그룹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둬 계열사 간 업무를 조율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 방안도 하나의 대안임을 시사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2008년 4월에도 삼성은 ‘사장단 협의회’ 밑에 ‘투자조정위원회’ 등을 둬 계열사 간의 투자 조정과 신사업 추진을 살핀 적이 있다.

◇이사회 개혁 통해 컨트롤타워 부담 덜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소 이사회 중심 경영을 천명해왔다. 컨트롤타워 부활은 이사회 개혁 작업과 맞물리는 측면이 있다. 이사회 혁신을 통한 투명경영 강화는 컨트롤타워에 집중된 부담을 덜 수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권 부회장의 바통을 이을 차기 이사회 의장에 외부인(사외이사나 외국인)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이미 앉힌 삼성생명이나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이 넘는 삼성물산에서도 이사회에 더 힘을 싣기 위한 개혁 작업이 그룹 차원에서 모색될 수 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사회 권한 강화를 통해 컨트롤타워를 견제하는 동시에 백업할 수 있다”며 “사외이사의 추천 경로 등을 더 투명화해 개혁 의지를 인정받는 게 관건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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