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국내 면세업계의 지형이 뒤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매출을 50억 원도 못 올리는 곳이 속출하는가 하면 중국 보따리상이 시장을 휩쓸면서 면세 상위 품목에서 국산 제품의 씨가 마르는 형국이다.
① 벼랑 끝에 선 중소면세점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매출이 5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ㆍ중견면세점은 무려 14곳에 달했다. 특히 충북 청주에 위치한 중원면세점, 경남 창원의 대동면세점 두 곳은 7개월 간 매출이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알펜시아 면세점은 간신히 매출 1억 원을 넘겼고 앙코르면세점(3억원), 청주국제면세점(5억 원), 국민산업 무안공항면세점(11억 원), 시티면세점(15억 원), 신우면세점(27억 원) 등 다른 중소 면세점들도 매출 부진에 허덕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이나 항만 입점 면세점들이 임대료를 체납하거나 결국 문을 닫는 경우가 잇따르는 이유다.
② 설 자리 잃은 한국산
현재 면세업계는 그나마 중국 보따리상들의 구매로 매출을 간신히 유지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내 제조업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중국 통관 절차가 강화되면서 보따리상들이 통관에 유리하고 마진이 높은 외산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올 들어 8월까지 면세 판매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한국 브랜드는 3개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정관장을 비롯해 10위권에 국산 브랜드가 5개나 됐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뒷걸음질친 셈이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후’(3,650억원)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설화수’(3,649억원)가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간신히 체면치레한 가운데 9위 라네즈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외산이었다. 세부적으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2,013억원 매출로 3위에 올랐고 크리스찬 디오르 화장품(1,757억원)과 에스티로더 화장품(1,754억원), 루이비통 패션(1,392억원), 까르띠에 시계 및 보석(1,379억원), 이브생로랑 화장품 (1,325억원), SKⅡ(1,272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면세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따이공 때문에 매출은 그럭저럭 나오고 있지만 사실 면세점이나 입점 국산 브랜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③ 고만고만해지는 면세 경쟁
사드 여파는 업계 순위까지 뒤흔들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신세계(004170)면세점의 업계 내 시장점유율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12.2%로 올라가며 2015년(3.8%), 지난해(7.7%)에 비해 급상승했다. 반면 기존 양강이었던 롯데면세점은 2015년 51.7%에서 현재 42.4%로 낮아졌다. 신라면세점도 HDC신라면세점이 가세했음에도 점유율이 전년보다 고작 1.7%포인트 상승한 29.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이후 신규 시내면세점이 5곳이나 늘어난 데다 기존점일수록 유커 감소의 타격이 컸던 탓이다. 특히 따이공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이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면세점들의 매출 규모도 고만고만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