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을 취소하기 위해 노벨위원회에 청원 서한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수상 취소 청원 서한은 ‘표면상’ 보수단체를 통해 접수됐으나, 원세훈 국정원 원장에게 사전 보고됐으며 실행과정에서는 국정원 예산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16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0년 보수단체인 ‘자유주의 진보연합’을 조정해 수상 취소 요구서한을 노벨위원회 위원장에게 발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이 계획을 보고하기도 했다. 이후 단체 대표 명의로 서한을 만들어 실제로 게이르 룬데스타트 노벨 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냈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날 당시 서한의 한글 및 영문 사본도 공개했다. 서한에는 ‘대북송금 사건’이 길게 설명돼 있었다. 이어 DJ의 노벨상 수상이 부적합하다는 주장도 담겼다. “그(김대중씨)가 노벨상을 받은 계기는 2000년 6월에 성사됐던 남북 정상회담이었지만 이는 북한 독재자 김정일에게 천문학적인 뒷돈을 주고 이뤄낸 정치적 쇼였다는 것이 이미 드러난 사실”이라면서다.
심리전단은 서한과 함께 도널드 커크 전 인터내셜헤럴드트리뷴지 서울특파원이 작성한 ‘배반당한 한국’이라는 저서도 인용했다. 이 책에는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정원 개혁위는 “심리전단은 이 과정에서 영문 서한을 발송하기 위한 번역비와 발송비 등 300만 원을 국정원 예산으로 집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류승연 인턴기자 syry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