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경쟁력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여러가지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 논의 없이 무작정 근로시간만 단축하면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생산성 향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동비용마저 줄지 않는다면 어느 기업이 살아남겠는가. 중소업계에서는 벌써 “현장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인력수급 차질 등으로 생산량이 줄고 이는 계약기간 내 납품하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기업들은 추가 고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갈수록 높아지는 청년실업률은 더 나빠지게 된다. 그러잖아도 우리 노동생산성은 OECD 꼴찌 수준이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1.8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62.9달러)의 절반 수준이고 일본(41.4달러)의 77%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단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인다면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생산성 제고와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의 희망과 달리 근로자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일자리는 되레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