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근로시간 줄인다면서 생산성 향상 논의는 왜 없나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근로시간에 대한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행정지침을 폐기해서라도 최대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회 압박용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유야 어떻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감안하면 단축 검토의 필요성은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76시간을 크게 웃돈다. 이렇게 긴 근로시간을 줄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경쟁력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여러가지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 논의 없이 무작정 근로시간만 단축하면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생산성 향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동비용마저 줄지 않는다면 어느 기업이 살아남겠는가. 중소업계에서는 벌써 “현장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인력수급 차질 등으로 생산량이 줄고 이는 계약기간 내 납품하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기업들은 추가 고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갈수록 높아지는 청년실업률은 더 나빠지게 된다. 그러잖아도 우리 노동생산성은 OECD 꼴찌 수준이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1.8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62.9달러)의 절반 수준이고 일본(41.4달러)의 7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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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단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인다면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생산성 제고와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의 희망과 달리 근로자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일자리는 되레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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