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제조-서비스 융합 더딘 한국 제조업, '공급업체' 전락 위험"

현대경제연구원 "제조업의 서비스 중요성 커지는데

국내 제조업은 역성장…제조·서비스 동반 육성책 절실"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빠르게 융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의 서비스 부문은 여전히 미약한데다 컴퓨터프로그래밍·정보서비스 등 혁신기술 관련 서비스업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대로 가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제품생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서비스가 제조를 견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제조 연관 서비스 매출 비중은 2006~2010년(누적 매출 기준) 5.3%에서 2011~2015년 5.1%로 축소됐다. 제조 연관 서비스 부문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같은 기간 7.1%에서 8.4%로 오르면서 높은 성장성을 보였음에도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제조 부문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9.3%에서 -1.2%로 마이너스 전환했지만 매출 비중은 오히려 확대(93.4%→94%)됐다.

도소매, 운수, 금융·보험,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등 수출에 체화된 서비스 비중도 더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기준 제조업 수출에 체화된 서비스 부가가치 비중이 29.7%로 집계됐다. 이는 OECD 조사 대상 40개국 중 38위의 성적인데다 과거 1995년(32.6%) 실적보다도 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서비스업 진출도 더딘 상황이다. 국내 제조업이 진출한 제조 연관 서비스업 현황을 보면 차세대 제조기술 혁명으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ICT서비스업은 2013~15년 동안 누적매출이 오히려 38.2%나 감소했다. 특히 정보서비스업(-61.2%), 컴퓨터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56.6%)의 감소폭이 컸다. 이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유형 제품과 서비스가 합쳐짐에 따라 제품에 집어넣을 ICT, 통신서비스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전 세계적 흐름과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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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의 서비스 부문 인력이 감소세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연구진이 통계청 기업활동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의 서비스 부문 인력은 2011년 15만5,000명에서 2015년 13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전체 제조업 인력에서 서비스 부문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2010년 9.5%에서 2013년 7.2%까지 줄었던 서비스 부문 인력 비중은 2015년 기준 7.7%에 불과하다.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제조업 인당 매출액 기준으로 제조 부문의 인당 매출액은 2012년 이후 내림세를 지속하면서 2015년 7억3,000만원까지 축소된 반면 서비스 부문의 인당 매출액은 2015년 8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제조업에서 제조 부문 대비 서비스 부문의 인당 매출액은 84.5%까지 올랐다. 서비스 부문의 인력 비중이 7.7%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성 차이가 막대하다.

보고서를 쓴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서비스의 뒷받침 없이 기존의 유형제품 개발만 강조한다면 국내 제조업은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최종제품의 공급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며 “서비스업의 발전 지체는 서비스업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의 경쟁 기반 구축, 비즈니스 모델 재편에 크게 악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비스업 육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서비스업 정책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산업 고도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제조와 서비스를 함께 개발·육성하는 제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2년 제출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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