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7일 0.17% 오른 2,484.37에 장을 마감하며 이틀째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가 장중 276만9,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장주 중심의 상승에 따른 지수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에도 코스피지수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1.68% 올라 코스피 상승폭을 웃돌며 670선을 회복했으나 1년 넘게 700선을 못 넘고 있다. 지수가 게걸음 하는 횡보 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증권사의 지수 전망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거래대금도 코스피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시장의 관심이 온통 코스피에 쏠려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코스닥 대장주들은 올 들어 잇따라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이전을 감행했다. 이미 카카오가 코스피에 안착해 순항 중이고 셀트리온도 주주들의 요구에 못 이겨 코스피로 옮겨가기로 했다.
네이버·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까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의 이전을 결정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할 코스닥 기업이 점점 줄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코스피(6조6,000억여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수도 코스피가 연초 대비 20% 넘게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2,500선을 목전에 뒀지만 코스닥은 지루한 박스권에 갇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코스피의 상승폭이 크다 보니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부담스러워 더욱 투자가 꺼려진다. 코스닥 종목으로 눈을 돌려 보지만 가뜩이나 투자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앞으로 뜰 4차 산업혁명 관련주에 미리 투자하고 싶어도 코스닥 기업의 상당수는 증권사 분석 리스트에도 없다. 어떤 기업인지 알 수 있는 리포트조차 없는 종목이 많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종목 발굴이 힘들어진다.
이처럼 코스닥 위기론이 확산되자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들이 ‘코스닥 살리기’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코스닥 기업에 대한 상장절차 지원 강화, 리포트 발간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초기 단계부터 주관사(증권사)·외부 감사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심사 과정을 보다 명확히 해 신청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기업 규모가 작은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을 감안해 서류 제출 기준을 완화하고 상장 후에도 주관사가 일정 기간 동안 기업설명회(IR) 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보고서에 담겼다. 금투협은 내부 검토를 거쳐 외부에 이 같은 내용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리포트 발간 확대다. 한국거래소가 출자 등의 형식을 통해 독립 리서치센터를 세우고 코스닥 기업을 분석한 투자 리포트를 집중적으로 발간해 정보 부족을 해소하자는 방안이다. 이는 일본 자스닥 모델에서 착안한 것이다. 일본 도쿄거래소는 독립 리서치 기구를 통한 자스닥 상장사들의 리포트 작성 비용을 지원해오고 있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국제조사역은 “유동성이 높은 기업이나 IR 활동을 이어온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소가 주도해서 보고서 발간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2006~2011년 사이 ‘KRX 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들의 리포트 발간을 지원한 바 있지만 증권사들의 부담이 커지자 결국 폐지했다.
금투협이 이 같은 내용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은 점점 벌어지는 코스피·코스닥시장의 격차 때문이다.
직접 코스닥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 역시 꾸준히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서만 코넥스 상장기업의 코스닥 이전 상장 절차를 완화했고 외국인투자가들을 유치하기 위한 원격 IR도 지원을 개시했다. 코스닥 기업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홍콩·싱가포르 등의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자사를 알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내부 논의도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풀 자체가 부족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코스닥의 상장 폐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적이 좋지 않거나 재무 사정이 악화된 상장사 등을 퇴출해 코스닥시장의 ‘수질’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자금이나 모험자본이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10년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7.8%, 1.1%로 격차가 현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