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발언대] 멀기만 한 중소기업 중심 경제

황보윤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황보윤 교수


올해 1월 말 우리나라의 국가적 자존심을 세워주는 낭보를 들었다. ‘세계 최장 현수교 수주전, 한국 대승, 아베 로비 눌렀다’라는 기사가 터키에서 날아온 것.

당시 암울하고 불확실하던 국내 정치 상황에서 4조원 규모의 해외 건설 수주 기사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해당 언론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해외 대형 건설 수주의 비결 중 ‘정부에서 지난 2016년 하반기 약 4억원에 가까운 타당성 조사 자금을 지원했다’는 정부 관련 단체의 금융지원처장 인터뷰 내용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왜 대기업의 해외 건설 사업 수주 전에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 타당성 조사 자금을 지원했을까. 4억원이라는 사업 타당성 조사 자금은 대기업에는 금액으로 봤을 때 큰 도움이 되는 규모가 아니다. 만일 1960~1970년대에 우리나라의 위상이 지금과 같지 않고 대기업의 경쟁력과 경제력이 현재와 같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어려운 해외 건설 사업 수주를 위해 지원했다면 매우 큰 도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세계 무역 규모 8위라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세계 굴지의 대기업에 사업 타당성 조사 자금 지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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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새 정부는 이에 대한 의지의 하나로 기존의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를 차지하며 종사자 수는 전체의 88%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면 기업의 대다수가 어려워지는 것이고 대부분의 기업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기업은 점점 더 초지능과 초연결 기술로 종업원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미 경제적으로 증명됐듯이 낙수효과가 그야말로 옛일이 돼버린 것처럼 말이다.

바라건대 우리나라가 진심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를 이행하려고 한다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대기업에 지원되고 있는 국민의 세금을 중소기업 지원 재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황보윤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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