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외국인 취업비자 규제에 인재 찾아 멕시코로…트럼프에 비수 꽂는 IT

아마존·페북·구글·애플·인텔 등

값싼 기술 인력 쫓아 사무실 이전

반이민정책, 일자리 보호하려다 되레 줄어

멕시코는 '트럼프 특수'로 반사이익

이슬람 6개국에 내린 입국금지 명령

美 하와이주 연방지방법원서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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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反)이민정책을 강화하며 취업비자(H-1B) 발급을 줄이자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멕시코 거점을 대거 확대하고 있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실시한 반이민정책이 오히려 미국 내 일자리를 없애며 독이 되고 있는 반면 멕시코는 ‘트럼프 특수’를 누리는 형국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미 서부 IT 대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정책을 피해 멕시코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존은 올 초 이후 멕시코시티에 새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열었고 페이스북도 멕시코 현지 업체들과 기술인력 육성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오라클 역시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의 사무소를 확장하고 수백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주(州)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할리스코의 주도인 과달라하라는 연말까지 스타트업 기업 10곳을 추가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에 IT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반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외국인 취업비자를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애플·인텔 등 미 IT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위해 인도·중국·멕시코·캐나다 등의 고급기술 인력들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하고 상대적으로 값싼 임금에 이들을 고용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취업비자 발급 문턱이 높아져 경쟁력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자 IT 기업들은 멕시코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서 미 IT 기업들에 기술인력의 최대 공급처인 인도 테크마힌드라는 미국 취업비자 발급이 어려워지자 멕시코에서 일하는 인력을 두 배로 늘려 대응했다. 인도 출신으로 IT아웃소싱 업체를 멕시코에서 운영하는 사티엔 팀바디아는 “트럼프 정부의 취업비자 제한이 300명가량을 채용할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센터를 과달라하라에 세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인도의 기술인력이 필요한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도 관련 일자리와 사무실을 멕시코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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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다카(DACA)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멕시코는 추방 위기에 처한 소위 ‘드리머(Dreamer)’들을 위한 안정적 고용지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카 수혜자인 드리머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다가 불법 체류하게 된 청년들로 전과가 없으면서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해 직장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70만~80만명으로 추정되는 드리머 가운데 멕시코 출신이 가장 많은데 이들이 고국에서 일하며 미 영주권을 취득할 기회도 잡을 수 있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멕시코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현재 250명의 드리머를 채용하고 있다.

멕시코는 트럼프 정부의 국경장벽 건설 등 반이민정책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가 인도·중국·미국 등의 투자와 고용이 오히려 늘자 쾌재를 부르며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할리스코주는 샌프란시스코행 항공편을 확충하고 교육·의료시설 및 주택단지 건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미 하와이주 연방지방법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리비아·시리아 등 이슬람 6개국에 내린 세 번째 입국금지 행정명령의 효력을 잠정 중단하도록 하며 제동을 걸었다. 다만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법원 판결에서 제외돼 18일부터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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