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실시한 해외 IR에서 해외 투자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 효과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중소기업과 소호(개인사업자) 자산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여파가 어떠할지 궁금증을 보여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영세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자들도 올해 말 이후 금리·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기업대출 부실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1,060원)나 오른 7,530원으로 결정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해외 투자자들은 또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통한 내수 활성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부가 서민 생활 부담 경감과 가처분소득 확대 등을 위해 법정 최고금리는 24%로 낮추고 실손보험료와 통신요금,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시장이 왜곡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인 펀더멘털과 대외여건이 괜찮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바로 철회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에 대한 투자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IR를 직접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 새 정부가 투명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을 펴는 지금이 한국을 믿고 투자할 때이며 한국 투자를 주저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같이 갑작스레 기업 경영환경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노동정책보다는 규제 완화를 비롯한 혁신성장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됐던 제조업이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는 까닭이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일전에는 해외에 나가 자신 있게 국내 투자를 권유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혁신성장에 대해 어젠다만 있고 구체적인 실행 플랜이 보이지 않는다”며 “새로운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 제고 등을 과감하게 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