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금융권 연간 800억 '준조세 폭탄' 맞나…국민행복기금 채권 사후정산 중단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지급하다

국민행복기금, 올 사후정산 중단

금융권 "부실채권 매입재원 전용하나"

2015A10 국민행복기금 사후정산 개요


국민행복기금(옛 신용회복기금)이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로부터 싸게 사들인 부실 채권에 대해 매년 상·하반기 나눠 해오던 사후정산금 지급을 올 들어 처음으로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액으로는 연간 800억원으로 금융회사들이 받아야 할 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의 사후정산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사후정산금 지급을 현재까지 보류하고 있다. 사후정산금은 국민행복기금이 금융사로부터 채권을 매입할 당시 가격 확정이 어려웠던 부실 채권을 저가로 우선 매입하고 차후 매입대금과 관리비용을 초과해 회수되는 금액을 채권양도기관인 금융회사에 지급하는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은 2013년 5월 출범 당시 3,800여 금융사로부터 연체 6개월 이상, 금액 1억원 이하의 채권을 일괄 매입했고 옛 신용회복기금 등이 보유한 연체채권도 넘겨 받았는데 이중 약 80%의 채권이 사후정산 방식에 해당한다.


국민행복기금은 회수된 채권에 대한 사후정산을 매년 상·하반기 두 번 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사후정산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2,800억원으로 연간으로는 800억원 상당이다. 그런데 약 400억원으로 추정되는 올해 상반기분이 정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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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사후정산금을 민간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장기 연체채권)을 사들이는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간 채권 매입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투입하거나 금융회사에 분담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후정산금을 활용하는 것이 명분상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지급한 돈이 아니라 보관하고 있는 돈이기 때문에 ‘전용’이 쉬울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지급돼야 할 사후정산금을 약 4,000억여원으로 추산한다.

실제 금융 당국은 민간 금융사와 대부업체가 보유한 장기 연체 채권의 정리 방안을 담은 ‘장기연체자 재기지원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의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연체채권 정리를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민간으로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문제는 채권을 양도했던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꼼수 전용이 일종의 ‘준조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후정산에 대한 계약을 맺고 저가로 채권을 넘겼는데 이제 와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을 중단하고 전용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융기관들은 발끈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후정산금으로 매년 수억원이 들어왔는데 끊기게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사후정산에 대한 계약을 변경하겠다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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