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들은 시민참여단의 결론이 팽팽할 경우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과학적’이자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원전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19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2029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은 11.6%다.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골자는 태양광·풍력 확대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29년까지 19%, 2030년에는 2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기존 계획 대비 불과 7.4%포인트 높이는 것에 불과하다.
반면 원전의 발전량 비중은 같은 기간 39.9%에서 18.8%로 급격히 줄어든다. 거기다 미세먼지 대책 탓에 석탄발전 비중도 36.8%에서 24.6%로 10%포인트 넘게 감소한다. 이 빈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로 채우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골자다. 탈원전 정책대로라면 LNG 발전 비중은 11.3%에서 36%로 세 배 넘게 늘어난다.
문제는 이 경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쓰이는 재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이 기금은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의 3.75%를 떼어내 조성한다. 당장 값비싼 LNG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료비만 따지면 원전은 가스의 25분의1이다. 신재생에너지 보조금도 대부분 이 같은 원전의 가격 경쟁력에서 나온다”며 “이런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려면 정말 위험하냐 아니냐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론화위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석학을 다 모아놓고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돼야 정부도 에너지정책의 기조를 탈원전이라는 이념적 대립 구도에서 ‘에너지전환’으로 바꿀 수 있다. 결국 국민 부담 없이 태양광·풍력 발전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게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는 일정 기간 같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신고리 5·6호기와 탈원전 정책의 싸움은 원전과 신재생 간의 싸움이 아니라 원전과 LNG의 싸움”이라며 “원전과 신재생은 불가피하게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천명한 해외 원전 수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건설 중단을 강행할 경우 점진적인 탈원전 정책과 수출 지원의 논리적 근거도 사라질 수 있다. 수조원대의 비용을 지불할 만큼 한국형 원전(APR-1400) 신고리 5·6호기가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개 이유는 또 있다. 우선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막대하다. 이미 집행된 공사비만 1조6,000억원, 계약된 공사비도 1조원가량이다. 또 원전 인근 지역주민에게 장기간 집행돼야 하는 법정지원금도 물어줘야 한다. 공사 중단이 결정되면 시공업체와의 계약도 해지된다. 건설 재개 측은 이자비용 및 손해배상비용이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방세수 감소(3조6,200억원)나 대체 발전비용(4조6,500억원) 등을 감안하면 매몰비용이 12조원을 훌쩍 넘긴다는 분석도 있다.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의 결론이 압도적 중단으로 나오는 경우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당장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정부도 공론화위의 결론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정계획을 통해 이미 진행 중인 공사를 멈추기 위해서는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건설 재개 측에서 이미 나오고 있다.
다만 건설 재개 측은 충분하지는 않았더라도 숙의의 과정이 있었던 만큼 일반 여론조사보다는 시민참여단의 건설 찬성 여론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범진 교수는 “시민참여단은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꾸려져 모집단의 연령이 더 높고 토론 등 숙의의 과정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 받은 만큼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