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제의 수출이 올들어 급속한 속도로 늘고 있다. 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 등 국내 보톡스 기업 3사가 미국·유럽·중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19일 관세청 수출입통계 등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보톡스 제품의 수출액이 1,000억원(8,959만 달러)을 넘어섰다. 지난 2012년 2,000만 달러(약 220억원)도 채 되지 않았던 보톡스 수출은 5년간 연평균 약 36%씩 성장해 왔다. 올해 상승세는 특히 가팔라 지난해 실적인 5,467만 달러(약 617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톡스는 강력한 신경 독소인 보툴리눔 톡신을 1,000분의 1 정도로 희석한 의약품으로 치료 목적으로 쓰이지만 다양한 미용시술에도 사용되고 있다.
토종 보톡스의 글로벌 진출은 내년부터 더 본격화될 전망이다. 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 등 국내 보톡스 상위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유럽·중국 진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해 ‘나보타’ 제품의 미국과 유럽 임상 3상을 끝내고 올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각각 시판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미국·유럽에서 나보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메디톡스는 중국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임상 3상을 끝낸 후 올해 연말까지 품목허가 신청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이르면 2019년 출시가 기대된다. 올해 6월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에 9,200억여원에 인수되며 화제를 모은 휴젤 역시 미국·유럽·중국 임상 3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세 국가에서 모두 올해 하반기 중 임상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유럽에서는 이르면 내년 4·4분기, 중국에서는 2019년에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업계의 전망은 밝다.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덕에 품목허가를 받은 보톡스 제품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보톡스 업체는 세 곳에 불과하며 중국 역시 자사 제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기업은 미국 엘러간과 중국 기업인 란저우 인스티튜트 밖에 없다. 여전히 뜨거운 ‘K뷰티’ 열풍이 화장품을 넘어 미용·성형 시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호재다. 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 모두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내로라하는 현지 기업들과 손을 잡는 등 영업·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은 자사 제품인 ‘나보타’의 미국 출시가를 경쟁사 대비 30% 가까이 낮게 책정해 미용 보톡스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국산 보톡스 간의 경쟁이 국내 시장에서처럼 ‘제 살 깎아 먹기’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 국산 보톡스 제품들은 치료 목적보다는 미용 목적으로 개발돼 경쟁 기업 수가 많아질 경우 결국 가격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실제 국내에서는 국산 제품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해외 제품의 절반밖에 가격을 못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품질 경쟁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