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조희연 교육감의 황당한 국감 물타기

김능현 사회부 기자김능현 사회부 기자


19일 서울시 교육청이 예고에 없던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전주에 주간보도계획을 미리 공지하는 관행에 비춰 극히 이례적이다. 자료제목은 ‘혁신고, 성적향상 정도 자율고보다 높아’. 조희연 시교육감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혁신고가 소위 ‘공부좀 한다’는 학생들만 모아놓은 자율고보다 성적이 더 나아졌다는 내용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가히 교육혁명 수준이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뜯어보니 허술한 점이 한두 군 데가 아니다. 이 보도자료는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형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된 28편의 연구물을 분석한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선행 연구물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소개했다. 소위 연구물을 분석한 연구물인 셈. 문제는 보고서 저자가 모두 혁신학교 교사들이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혁신학교 교사들이 혁신고에 대해 쓴 보고서를 모아 혁신고가 자율고보다 좋다는 또 다른 보고서를 냈고, 이를 서울시교육청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이다. ‘자화자찬’하는 보고서이니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신뢰성부터 의심이 간다.

내용도 엉터리다. 자료에는 부모와의 관계, 부모의 학습 지원, 가계소득, 사교육비 등 개인이나 가정의 특성들을 통제한 비교 통계를 제시하면서 이런 외적 요인이 없다면 혁신고 학생들의 학업성적 향상도가 자율고보다 높다는 결론을 통계값과 함께 제시했다. 그런데 숫자를 보니 유의확률 0.05를 넘는 수치들이 수두룩하다. 교사만족도의 향상 정도를 나타내는 통계값의 유의확률은 0.581, 학교만족도는 0.267, 국어 성장 향상도는 0.865, 영어 향상도는 0.380이다. 유의확률은 통상 0.05(유의수준) 이하일 때 신뢰성을 갖는다는 통계의 ABC조차 무시한 셈이다.


자료를 낸 시점도 불순하다. 시교육청은 20일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다. 국회의원들의 비판에 사전 대응하기 위한 ‘국감 물타기용 보도자료’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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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육감의 언론 플레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10일에는 교육부의 초등교원 정원 발표를 며칠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교대생을 위해 예외적인 결정을 내려달라”는 공개서한을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 보내 논란을 빚었다. ‘정원 확대 불가’ 방침이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서한을 공개한 것은 교대생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책임회피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 당시에도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정부에 ‘공’을 넘겨 “교육자치를 주장하는 선출직 교육감이 할 말은 아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계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의식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설사 조 교육감의 진보적 교육 가치에 백번 공감하더라도 이런 어설픈 언론플레이를 보고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 교육감은 교육자인가 정치인인가.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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