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무부 '행정 쇄신안' 발표…"사회적 약자 보호하려다 자칫 경제혼란 초래"

박상기 장관 첫 '정책 로드맵'

집중투표제·법정 이자율 인하

무리한 개입 부정적 영향 우려

"세 정부 코드맞추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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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및 재벌 개혁 기조에 발맞춰 집단소송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이른바 ‘법(法) 우산’을 만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새 정부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아직 국내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이 가시화할 경우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법무부는 19일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제14기 법무부 정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법무행정 쇄신방향’을 발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공식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법무행정 쇄신방향의 키워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인권이 존중되는 사회조직문화 쇄신 등 3가지다.

박 장관이 재임 기간 중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 로드맵’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법무부가 추진한다고 밝힌 다중대표·집단소송제 등의 정책이 우리 경제에 득보다는 실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벌써 헤지펀드가 이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제도가 도입된 후 소수 주주보다는 헤지펀드들이 ‘기업 흔들기’용 카드로 다중대표소송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한 주당 이사 후보자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 역시 기업들의 우려 대상이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투기자본이나 소액주주가 힘을 합쳐 사외이사로 진출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소송제도 자칫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 ‘블랙 컨슈머’들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앞서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식품 집단소송제’ 도입이 추진됐으나 각종 우려와 기업 반대가 이어지며 결국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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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 이자율을 연 20%까지 낮추는 방안도 자칫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불법 사채 등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부작용과 문제점 등으로 반대 의견이 거셀 수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가 추진하는 이들 정책이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을 자금경색, 신용 위험 전가, 연쇄부도 등 위험에 노출시키는 약속어음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권리금 보호 대상 확대, 임대료 인상률 상한 인하 등이 담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률 제정이나 개정 등으로 도입한다고 한 제도 가운데 일부는 차츰 회복되고 있는 국내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턱대고 정부 기조에 맞추기보다는 실정에 맞춘 정책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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