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노벨상 수상자의 투자전략 '쌀사비팔'

김현수 증권부장

행동경제학, 주가 '평균회귀' 주목

이론적으로 주가 진폭 예측 가능

개미들, '쌀사비팔' 효과 보려면

자기과신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김현수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할까. 당연히 ‘어떤 종목을 사야 오를까’다. 낚시를 배울 생각은 애초부터 없다. 미끼를 던지면 물고기가 올라오는 양식장을 찾는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사야 할 종목을 모를까. 아니다. 지난해에도 올해 초도 증권사 리포트는 물론이고 정보의 끝물이라며 투자자들이 무시하는 신문들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바이오주 등을 추천했다. 개인투자자는 종목을 모르지 않는다. 선택과 행동에 실패했다.


매번 투자에 실패하는 개미가 주식도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투자하면 당신처럼 성공할 수 있느냐고. 주식도사는 가만히 있다가 ‘쌀사비팔’이라고 외쳤다. 투자의 화두를 얻었다고 무릎을 친 개미는 집으로 돌아와 고민했다. ‘쌀사비팔’이 뭘까. 그리고서는 대뜸 욕을 내뱉었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냐고. 개미가 정말 ‘쌀사비팔’의 진리를 알고 있을까. 너무 뻔한 얘기라고 할 수 있으니 조금 고급스럽게 접근해보자.

관련기사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베스트셀러인 ‘넛지’가 번역된 후 국내에도 행동경제학을 주식투자에 활용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세일러 교수도 자산운용사를 만들어 8년 만에 512%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개미의 실패 원인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착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시장이 모든 정보를 반영해 미래기업가치에 따라 주가가 형성된다면 단기시세차익은 나올 수가 없다. 주가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효율적 시장론자들에게 주식시장 투자는 돈 낭비일 뿐이다. 행동경제학은 효율적 시장론자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설명하려 ‘평균회귀’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주가는 많이 오르면 내려오고 하락하면 다시 올라 평균으로 돌아가려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가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온다. 효율적 시장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쌀사비팔’의 이론적 설명이 가능하다. 행동경제학의 논리대로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오르는 주식시장의 진폭을 예측하는 주식투자는 대부분 개미들도 알고 있는 베냐민 그레이엄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이용한 투자전략이기도 하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심리는 우량주를 저평가 상태에 놓이게도 하고 거꾸로 쓰레기주를 고평가에 놓기도 한다. 굳이 최근 우리 증시 상황을 빗대면 바이오주의 거품 논란도 설명이 된다. 물론 미래기대가치라는 또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기는 하다.

이론적으로도 ‘쌀사비팔’이 설명되지만 왜 개미들에게는 무용지물일까. 세일러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후 인터뷰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겪는 두 번째 착각을 ‘자기과신’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투자하면 코스피지수 수익률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과신은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린다. 개미는 매수한 주식을 팔지 못하는 의도하지 않은 장기투자를 한다. 세일러 교수는 “내가 주식을 산 가격에 집착해 스스로 함정에 빠지지 마라. 지금 (가격에) 주식을 살 생각이 없다면 주식을 팔아라. 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주식을 팔기를 주저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쌀 때 사지 못하고 비쌀 때 팔지 못했다면 깨끗이 자신의 투자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펀드투자도 마찬가지다. 시장흐름을 쫓으며 수수료가 싼 패시브펀드와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대신 수수료가 비싼 액티브펀드 사이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고민을 한다. 시장의 흐름을 쫓는다면 펀드도 ‘쌀사비팔’이 가능한 패시브펀드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특히 시장이 상승세를 탈 때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 액티브펀드보다 패시브펀드의 수익률이 더 좋다. 올 들어 패시브펀드의 일종인 인덱스펀드는 평균 27.86%의 수익률을 올린 데 비해 액티브펀드는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22.38%)보다도 낮은 15.91%에 그쳤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들은 ‘능력이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시장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내면서 수수료도 싼 펀드’를 찾는다. 아쉽게도 이런 펀드는 없다. hskim@sedaily.com

김현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