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회사 부실 정리를 위해 9,000억원 수준의 공적자금을 지원했지만, 현재까지 회수율은 3.4%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일에 한은이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한국은행 공적자금 회수 추이’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 정부와 예금보험공사, 캠코, 한은 등이 출자와 출연, 자산 및 부실채권 매입 등의 방식으로 마련한 전체 공적자금 규모는 167조 8,000억 원이다. 이중 지난 2·4분기까지 115조 2,000억 원이 회수됐다. 회수율로는 68.3% 수준이다. 하지만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원한 공적자금 9,000억 원만 따로 떼어서 보면 회수액은 301억8,000만원(3.4%)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한은은 지난 2004년 이후 수은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 형식으로 회수 중이다. 이런 식이라면 한은이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는 데 400년 가까이 걸리게 된다. 물론 한은을 예보나 캠코의 회수 실적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재정정책 지원을 위해 한은의 자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한은의 정책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이에 심 의원은 법으로 명시된 한은의 출자금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수출입은행법 제4조 등 한은의 출자금 지원을 규정한 법령이 한은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위헌적 성격을 띤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6월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한은이 ‘자본확충펀드’에 10조 원 한도로 대출을 승인한 것도 중립성 훼손의 대표적 사례다. 심 의원은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라도 향후 공공기관에 대한 출자, 출연 규정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출자금 규정의 개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