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이사람]최기영 대목장이 말하는 나무, 한옥

"사람처럼 숨쉬고 기질까지 바꿔...나무·한옥의 깊이 헤아릴 수 없어"

좋은 나무 찾아 길 들이는 게

전통건축의 시작이자 마지막

'新한옥'은 국적불명의 짝퉁

최기영 대목장./남양주=송은석기자최기영 대목장./남양주=송은석기자


“목(木) 구조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어.”

최기영 대목장은 인터뷰 내내 전통건축에 대한 예찬을 멈추지 않았다. “집이 사람처럼 숨을 쉬니 마음이 안정될 뿐 아니라 기질까지 온순하게 만들어.” 실제로 그의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창이 모두 닫혀 있음에도 등줄기에는 서늘한 바람이 스쳐 지나는 듯했다. 여기에 나무의 은은한 향마저 더해지니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 대목장은 특히 전통건축의 우수성을 볼륨감으로 꼽는다. “우리 선조들의 전통건축은 세계 최고 수준이야. 작은 땅덩어리에 건물을 짓다 보니 같은 면적이라도 더 크고 웅장해 보이게 지어놓았어.”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이 규모로만 본다면 경복궁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시각적으로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이 같은 건축미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 대목장은 좋은 나무를 찾고 길을 들이는 것이 전통건축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직접 제재소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나무도 길을 잘못 들이면 문제가 생겨. 재료에서부터 가공은 물론 이음새까지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탈이 나는 거지. 그래서 원칙이 중요한 거야.”


최 대목장은 전통건축에 가장 좋은 나무로 ‘황장목(黃腸木)’을 꼽는다. “흔히 금강송이 최고라고 말하는데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종자 못지않게 나무가 자란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이지.” 황장목은 산 5부 능선 아래 수분이 많고 깊은 토질을 가진 자리에서 웅장하게 큰 나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조선 시대 영조실록에는 임금의 관인 재궁(梓宮)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국가에서 황장목을 관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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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그는 최근 유행처럼 지어지고 있는 한옥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른바 ‘신(新)한옥’은 국적불명의 짝퉁이라는 것이다. “그냥 모양만 흉내 낸 거야. 멋은 있는데 맛은 없는 반쪽짜리지. 집성목에 화학재료 잔뜩 갖다 붙인 걸 한옥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을 기만하는 거야.”

그는 한옥의 모든 자재들은 자연에서 나온 생산품이라고 강조한다. 나무·돌·기와·흙·창호지까지 모든 재료가 서로 이질감 없이 혼합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화학재료는 그렇지 않아. 목재에 니스칠하면 당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들고 일어나 버리잖아. 재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거야.”

전수관 뒤에는 길이가 족히 70~80m는 될 듯한 가건물이 필로티 형태로 서 있다. 필로티는 목재 가공을 위한 작업장이고 건물 위층은 강의실이다. 최 대목장은 “밑에서 배우는 사람이 학생들 빼고 40명 정도 있다”며 “이 사람들 중에 내 뒤를 이을 뛰어난 목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두환 논설위원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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