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으로 놀러 와] 동네서점, 트렌드의 중심에 서다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정보와 서평이 넘쳐나는데 책과 멀어지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활자와 종이가 주는 위안과 매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나 만화책서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들은, 그 당시의 추억과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합니다.
서점의 진화도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형서점에 밀려 쇠퇴하던 동네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에서 다양한 콘셉트로 체험과 분위기를 파는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책과 서점에 관한 이야기들을 작게나마 나누는 자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책방 1. 데메테르 북스
“예쁜 책들 다 모여!”
햇살 좋은 가을날 연남동을 걷다 눈에 띄어 들르게 된 곳. 첫인상은 서점이라기보다 예쁜 카페의 느낌이다. 올 봄 문을 연 이곳은 책으로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그리스 신화 속 곡물과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이름을 땄단다. 넓지않은 실내에 고운 표지의 책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고 한쪽엔 차를 마시며 독서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문학, 철학, 예술 등 장르가 다양하진 않지만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적 1,000여권이 전시되어 있는데, 대형서점이라면 빽빽한 진열대에서 제목만 간신히 내보였을 책들이 마치 저마다 주인공인양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듯하다. 제인오스틴 사후 200주년 특별 에디션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따로 전시해놓은 코너도 눈에 띈다. 또 추석 전에 방문했던 터라 선물용으로 따로 포장한 패키지도 주인장의 센스가 엿보인다.
작은 서점에서 찾는 재미
취급하는 책들의 선택 기준을 물어보니 작품성과 번역, 그리고 예쁜 표지란다. 외국 작품의 경우 번역이 사실 제일 중요하다. 번역에 따라 느낌과 뉘앙스, 심지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같은 책이라면 표지가 더 예쁠수록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물론 책은 내용과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지만, 소유하고 전시하고 눈으로 즐기는 즐거움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여유롭게 책장을 한번쯤 들춰볼 수 있고 빽빽하고 복잡한 대형서점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수요층을 단순히 ‘독자’를 넘어 ‘소비자’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골랐더니 예쁜 책갈피와 뽑기를 선물로 준다. 소소하지만 이런 재미도 젊은층에겐 어필하는 요소이다.
인터넷과 SNS를 타고 한껏 달아오르는 동네책방. 무형의 느낌으로 인식되던 책이 유형의 ‘상품’으로서 의미를 갖고, 서점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닌 체험과 재미를 파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강금희 기자 ghk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