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숫자로 본 日 총선, 아베의 '매직 넘버'는?

'233', 과반의석

자민당 목표...아베 책임론 불가피

'310', 개헌안 통과 요건

아베 연임 위한 '매직 넘버'

'156', 개헌 저지선

호헌파 달성 가능성 적어

제1야당 누가되나 관심

에다노 유키오(왼쪽부터)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 /도쿄=교도연합뉴스에다노 유키오(왼쪽부터)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 /도쿄=교도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선거가 22일 개최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 리스크 덕에 지지율이 오르자 ‘사학스캔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던진 조기 총선 승부수는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연정)이 300석 안팎의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이면서 신의 한 수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몇 석을 가져가게 되면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할 수 있을지, 의석 수에 따라 일본 정계는 어떻게 달라질지 일본 중의원 선거를 숫자로 분석해 본다.

◇233석=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애초에 목표로 했던 의석으로 중의원 정수인 465석의 과반이다. 선거 공시 전 자민당 의석인 290석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지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대표로 있는 희망의 당이 선거 초반 민진당·일본 유신회 등 야당 통합을 이끌어내면서 자민당 내에서 ‘과반이라도 달성하면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다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 수를 다소 보수적으로 평가한 요미우리신문의 19일 조사에서도 양당의 의석 수가 300석에 육박할 것으로 집계되는 등 자민당이 233석은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 /AP연합뉴스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 /AP연합뉴스


자민당의 중의원 의석이 애초 목표인 233석을 약간 넘는 선에 그친다면 아베 총리 퇴진론의 부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의석에서 60석 이상을 잃는 것인데다 이번 총선이 아베 총리의 중의원 해산 결정에 따른 것인 만큼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선거 목표는 선거 공시 전 의석 수인 35석이다. 연립 여당이 잡은 선거 목표는 총 268석이 된다.

◇310석=차기 중의원 총원(465석)의 3분의 2로 일본 헌법 96조가 규정한 개헌안 통과에 필요한 선이기도 하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안정적 연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의석 수로 310석을 제시하고 있다. 직전 중의원 선거인 2012년 자민당과 공명당이 326석을 차지해 총원의 3분의 2를(당시 중의원 총원은 475석)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개헌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꺼내왔기 때문에 개헌선 확보가 아베 총리의 자리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의 ‘매직 넘버’인 셈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선거 초반 만해도 연립 여당이 310석을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희망의 당의 지지세가 꺾이면서 마이니치신문 조사(13~15일)에서는 자민당 단독으로도 300석을 넘길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는 자민당 단독 개헌선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최근 조사인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17~19일)에서는 자민당이 262석, 공명당이 35석을 차지해 총 297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 최대 의석은 344석으로 개헌선을 훌쩍 넘겼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310석을 넘기게 되면 일본 정계는 올 가을부터 개헌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자민당은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으로 △‘자위대’의 헌법 명기 △교육의 무상화·충실 강화 △비상사태 대응 △참의원 합구(통폐합 선거구) 문제 해소 등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 4개의 안 가운데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제외한 세 가지는 ‘들러리’일 뿐이라는 것이 일본 헌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후 일본 보수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온 개헌론의 핵심은 예나 지금이나 일본을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로 규정한 헌법 9조다. 자민당은 ‘전쟁·무력행사 포기’를 명시한 1항과 ‘전력보유 및 교전권 불인정’의 내용인 2항으로 구성된 헌법 9조에 3항을 추가해 자위대의 존재와 법적 지위를 명기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를 필두로 한 개헌 세력이 우선 기존 조항과의 충돌을 피하는 방식으로 자위대에 실질적인 군대의 지위를 부여한 뒤 1항과 2항의 내용을 수정·삭제해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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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석=개헌을 막기 위한 중의원 의석 수로 총원의 3분의 1이다. 호헌파로 분류되는 입헌민주·공산·사민당이 개헌을 막기 위해 필요한 의석 수이지만 3당이 156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입헌민주·공명·사민당의 예상 의석은 각각 54·18·1석으로 총 73석에 불과했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도쿄도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당을 발표하고 있다. 입헌민주당은 민진당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에 합류하지 않은 리버럴(자유주의)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도쿄=교도연합뉴스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도쿄도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당을 발표하고 있다. 입헌민주당은 민진당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에 합류하지 않은 리버럴(자유주의)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도쿄=교도연합뉴스


오히려 일본 언론들은 호헌파 세 당이 개헌 저지선을 차지하는지 여부보다 입헌민주당과 희망의 당 중 제1야당이 어느 당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차기 중의원에서 개헌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주된 협상파트너인 제1야당의 지위를 어느 당이 참여할지에 따라 개헌의 여부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입헌민주당은 전신인 민주당에서 희망의 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남은 리버럴(자유주의)계 인사들이 주축이 돼 창당한 당으로 평화헌법을 계승해야 한다는 주의지만, 희망의 당은 헌법 9조를 포함한 개헌에 찬성한다.

니혼게이자이의 예상 의석 수는 입헌민주당(54석)과 희망의 당(55석)이 비등한 상황이다. 다만 입헌민주당 등 호헌파의 선거 막판 기세가 만만치 않아 예상보다 의석을 많이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트위터에서 각 당의 언급 빈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 18일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은 각각 약 20만 건을 기록했다. 약 23만 건인 자민당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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