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자산운용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한 켠에서는 그만큼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최근 진입장벽 완화로 부동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곳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생 운용사가 계속 생겨나는 와중에 설립 후 한 건의 부동산펀드도 설정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3·4분기 부동산펀드와 리츠의 순자산 규모는 69조 6,271억원으로 5년 전인 2012년 말의 25조 3,014억원에 비해 175%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운용사 당 자산운용 규모는 4,016억원에서 6,962억원으로 73%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한 건이라도 부동산펀드나 리츠를 설정한 적이 있는 운용사를 기준으로 한 집계다. 아직까지 한 건도 실적이 없는 운용사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운용사들의 평균 자산운용 규모는 더 작을 것으로 추산되며, 일부 대형 운용사를 제외하면 평균 자산운용 규모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운용사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10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기준을 대폭 낮췄다. 이어 지난 6월에는 금융지주들도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직접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앞으로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의 생존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규모가 큰 일부 대형 운용사나 확실하게 특화된 경쟁력이 있는 곳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용사들이 수수료 인하 등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동산금융 업계 한 관계자는 “화려한 성장세에 비해 개별 운용사들이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은 크지 않다”며 “최근에는 자본력이 풍부한 증권사들이 총액인수 형태로 참여하면서 수익을 가져가고 있어 운용사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동산운용 업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운용사들이 지금까지의 관행을 벗어나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운용 철학과 문화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강영구 해외부문 대표는 “부동산은 아직까지 프로젝트 단위의 투자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운용사가 고유의 운용 철학을 갖추고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블라인드펀드 활성화가 부동산운용 업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또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국내에서 블라인드펀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운용사들이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운용사 스스로 투자자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