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 투자가 푸대접을 받는 데는 성과 중심의 정책이 큰 몫을 차지한다. 무상급식처럼 단시간 내에 결과가 나타나는 분야에 치중하다 보니 오래 걸리고 성과도 잘 보이지 않는 사업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유도 있다. 누리과정 지원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팽팽하게 대립하던 지난해 교육당국은 교육환경시설 개선자금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지자체에 우선 배정했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써야 할 예산이 지자체 길들이기 수단이 된 셈이다. 우레탄 트랙 교체에 투입된 예산이 필요금액의 10분의1도 안 된 것도, 석면 교체 비용이 교육환경시설 개선 총예산의 2.9%에 불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환경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시설개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쾌적한 학습환경은 학생들의 결석률을 낮추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교육환경시설 투자금액을 두 배로 늘리면 보통 학력 이상의 학생 수가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육 양극화의 해소책은 되지 않더라도 완화효과를 볼 수는 있다는 의미다. 그러잖아도 저출산으로 필요성이 줄어든 교원, 학교 신증축에 돈을 쏟아붓기보다 이 중 일부를 교육환경 개선으로 돌려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