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맹장염으로 불리는 충수염(막창자꼬리염) 진단에는 일반 컴퓨터단층촬영(CT)에 비해 화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노출 방사선량이 적은 저선량 CT로 충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경호 교수팀이 강원대·길·분당서울대·서울대·서울성모·세브란스·전남대·제주대·중앙대병원과 고려대 구로·안산병원 등 국내 20개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은 3,074명(2013년 12월~2016년 8월)의 충수염 의심환자 진단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충수절제술을 받은 1,160명 중 601명은 일반선량 CT로, 559명은 방사선 노출량을 줄인 저선량 CT(2mSv)로 진단을 받았다. 이 중에서 굳이 충수절제술을 받지 않아도 됐던 사람을 판독했더니 일반 CT 2.7%(601명 중 16명), 저선량 CT 3.9%(559명 중 22명)로 엇비슷했다.
충수가 터진 비율인 충수천공율도 일반 CT 31.2%(564명 중 176명), 저선량 CT 34.7%(524명 중 182명)로 별 차이가 없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9만명 가량이 충수절제술을, 그 2~3배가 충수염 의심증상으로 CT를 촬영한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저선량 CT 진단율과 충수천공율이 일반 CT에 비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입증돼 방사선 노출에 의한 잠재적 암 발생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교수는 의학계 최고 권위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저선량 CT의 충수염 진단과 관련한 선행 연구결과를 2012년 발표했다.
이 교수는 “2012년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의 맹장염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20개 대형병원이 참여한 대규모 연구에서 충수염 진단과 관련한 저선량 CT의 유용성을 입증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란셋’ 계열의 저널 ‘란셋 위장병학·간장학’(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발표됐다.
충수(막창자꼬리)는 소장 끝 부분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에 주머니처럼 부풀어 있는 대장 부위인 맹장에서 한쪽 끝이 막힌 벌레 모양의 기관을 말한다. 길이는 평균 9㎝가량 된다. 충수가 막혀 장내 세균이 증식하면 내부 점막이 손상돼 궤양을 형성하고 오른쪽 아랫배에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 충수가 터지는 천공으로 진행된다. 충수가 막히는 원인은 주위 임파 조직의 과다증식, 딱딱한 변이나 이물질이 입구를 막는 경우, 염증성 협착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