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임기를 4개월가량 남기고 돌연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사퇴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김 회장은 특히 “기업 경쟁력이 살아나야 한국 무역도 계속 발전할 수 있다”며 규제 일변도의 이번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회장은 24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협회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임기(제29대 협회장)는 내년 2월로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시점에 사임하는 게 협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협회장이 임기 도중 하차한 경우는 정권이 바뀌며 자진해서 물러난 구평회 전 회장(22~23대) 이후 처음이다. 아직 후임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 졌다.
김 회장은 자신의 사임이 정부의 뜻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사임 배경을 전했다. 민간경제단체로 민법상 사단법인인 무역협회장에게 정부가 임기 만료 전 사임을 요구한 것이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가 있다”며 “제가 일했던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김영삼 대통령까지 우리가 시장주의 원리에 충실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정도가 더 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잘못 설정돼 있다고 일갈했다. 김 회장은 “기업 창의가 최대한 발휘되려면 불가피한 규제를 제외하곤 기업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며 “경제·산업·기업 정책의 방향이 올바르게 돼야 무역도 함께 크는 건데 그런 측면에서 (지금 정부와는) 생각이 안 맞는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회장에 취임했지만 장담컨대 박 정부에게 가장 많은 쓴소리를 했다”며 “영원한 공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그간 역대 정부는 무역협회장 인선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관여해왔다. 정부 추천 인사는 회장단·이사회·총회 등 협회 내부 절차를 거쳐 회장에 임명된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