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종합대책에 리츠(REITs) 공모 활성화 방안을 담았다. 국민들에게 아파트와 같은 실물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제공하는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켜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리츠 공모 활성화 등으로 부동산에 대한 직접투자 유인을 낮춰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의 실물자산 보유비중은 62.8%로 미국(30.1%), 일본(37.4%)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부동산 실물투자로 몰려들면서 가계부채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하고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시중 유동성이 흘러들어 갈 수 있는 대체투자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본지 8월7일자 26면 참조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리츠의 공모 의무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공모를 하지 않아도 되는 요건인 연기금의 투자비율을 현재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한다. 현재 리츠는 지방자치단체나 국민연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24개의 주요 연기금이나 공제회들이 리츠 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30% 이상을 공모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 규정을 강화해 주요 연기금이나 공제회들이 리츠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리츠 지분의 30% 이상을 공모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지금까지 공모 의무가 없었던 기업구조조정(CR) 리츠에 대해서도 설립 후 7년마다 재심사를 통해 공모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CR 리츠 요건도 강화된다. 현재 CR 리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리츠에 부동산을 매각하는 회사가 전체 매각대금의 50% 이상을 채무상환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이를 7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 공모 의무가 없는 CR 리츠 설립 기준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오는 12월 부동산투자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내년 하반기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츠 상장 규정도 개선한다.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개발·위탁관리형 리츠는 심사절차를 간소화해 상장 심사 기간을 현재 4~5개월에서 2~3개월까지 단축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모자리츠(리츠 여러 개를 묶은 리츠) 상장 요건도 완화한다. 현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리츠는 상장 신청일 기준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100분의70 이상이어야 하며 모자리츠가 ‘자리츠’의 지분을 소유할 경우 총자산의 100분의20까지만 부동산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자리츠의 지분에 투자하는 모자리츠의 상장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부동산개발투자 비중이 30% 이하인 비개발·위탁관리형 모자리츠에 대해 간주부동산 인정 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리츠 공모 활성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리츠 공모 의무를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들이 공모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모 상장 리츠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모리츠와는 차별화되는 혜택을 제공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이 필요하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취득세·보유세·양도세·배당소득세 등 세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