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전사한 미 특수부대원의 부인과 통화 내용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CNN의 유명 앵커가 방송 진행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상편지를 보내 유족과의 설전을 그만둘 것을 공개 촉구했다.
CNN 기자 겸 앵커인 돈 레먼(51)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이 진행하는 ‘CNN 투나잇’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운을 뗀 뒤 “당신은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인 미국의 대통령이자 총사령관 아니냐. 그렇다면 그냥 받아들여라”라고 촉구했다.
레먼은 “(숨진) 라 데이비드 존슨 병장 부인과의 설전을 보고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트위터에 존슨 병장의 부인을 ‘거짓말쟁이’라고 했던데 제발 그만둬라.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당신도 자녀, 두 딸이 있지 않으냐. 이방카나 티파니가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해보라”며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보라고 권했다.
레먼은 “당신이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출마 선언을 했을 때 이미 이런 일도 수용하겠다고 서명한 것과 다름없다”며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고 모든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통 크게 대처해라. 쉽지 않지만 바른길을 가는 사람처럼 행동하라”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자신감이 있고 단단한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고 용서를 구할 줄 안다. 오히려 불안한 사람들이 자신이 마치 모든 것을 다 알며 도움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당신이 비난한 전사자 가족이 모두 유색인종이라는 점도 생각해봐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보이겠는가. 사과하라”고 권유했다.
레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말로 사과해야 할지도 친절히 일러줬다. 그는 “대통령이 알맞은 단어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내가 대신해서 말하겠다”며 “존슨 부인, 당신이 겪는 일에 대해 너무나 미안하다. 당신이 얼마나 깊고 넓은 슬픔에 빠져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당신의 영웅적인 남편은 훌륭한 군인이자 위대한 인간이며 위대한 미국인이었다”고 말했다. 레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가 쓴 표현을 가져다 써도 좋다”는 일침으로 영상 편지를 마무리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