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을 이끈 국가 대동맥은 경부고속도로였다. 4차 산업혁명에 국가산업의 대동맥은 산업과 산업을 연결하는 산업 인터넷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프리딕스(Predix), 지멘스의 마인드스피어, 보쉬의 IoT스위트(Suite) 등 전 세계는 산업 사물인터넷(industrial IoT) 기반의 산업 인터넷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제 산업 인터넷을 바탕으로 재구축돼야 할 한국의 미래산업 전략을 살펴보자.
3차 산업혁명이 서버 기반의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 기반의 초연결 혁명이다. 한국은 벤처의 기술 중심 서버 기반 3차 산업혁명에서는 전 세계 선두에 섰으나 정부의 규제 중심 클라우드 기반 4차 산업혁명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낙후돼 있다. 이를 조속히 극복하는 것이 한국 산업 재도약의 핵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산업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전략적 선택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산업 인터넷을 무시하고 개별 기업의 전략을 고수하는 것인데 이는 확실하게 산업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길이다. 둘째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산업 인터넷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는 과거 공인인증서 혹은 타이컴 같은 갈라파고스적 진화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선도 인터넷과 서비스 호환성은 유지하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호환성을 유지하는 독자 플랫폼을 위한 전략으로 우리에게는 두 가지 벤치마킹 사례가 있다. 하나는 GE와 지멘스 등의 민간기업 주도의 산업 인터넷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에스토니아의 국가 기간 인터넷인 엑스로드(X-Road)다.
에스토니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오랜 갈등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지속적인 사이버테러와 해킹 사건이 발생하자 에스토니아 정부는 새로운 시도를 결정하게 된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전자정부(e에스토니아)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에스토니아 정부는 e법무부, 시민 포털 사이트의 전자조달 및 송장 소프트웨어(SW)도 공공과 민간이 협업해 개발하고 중앙 재정을 통해 개발된 코드나 정보기술(IT) 시스템도 가능한 공개SW를 기반으로 구축했다. 현재 에스토니아의 국가 종합 데이터베이스인 엑스로드(X-Road)는 정부와 민간을 포함한 정부의 모든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하나로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전국 392개 기관 및 기업이 이용하는데 67개의 서로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687개의 정보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공한다.
한국이 가진 반 대기업 정서를 감안하되 정부 주도 혁신사업의 실패를 반영해 민관 협동의 대안 구축이 한국의 또 다른 선택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추진해온 파스타(PaaS-Ta)와 삼성SDS가 삼성그룹의 제조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개발해온 브라이틱스(Brightics) 플랫폼을 결합하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정보화진흥원과 삼성SDS의 독자행보도 가능하다. 정보화진흥원은 지난 3년간 100억원 내외를 투입해 개방형 클라우드 파스(PaaS) 플랫폼을 개발해왔고 현재 서울시·국토부·한국전력 등과 협업하고 있다. 한편 삼성SDS의 브라이틱스 플랫폼은 제조·공공·금융·리테일·의료 등의 분야에 걸쳐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IoT, 보안, 스마트 공장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삼성SDS의 산업 인터넷 플랫폼은 실제로 삼성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서 검증된 기술로 실전적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삼성SDS는 이제 이러한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한국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산업 인터넷 플랫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중차대한 국가전략을 호환성 있는 독자 플랫폼 구축 전략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안으로 민관협력의 정보화진흥원과 삼성SDS 간 협업 모델을 예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