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그러나 우리는 달려야 한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인생은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늘 기쁜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어느새 고꾸라져 자신감이 바닥을 치기도 한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다시 걷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하지만 힘들 때 움츠리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고난의 순간에 바닥을 차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육상 국가대표인 김국영 선수의 이야기를 접했다. 100m를 10초07에 달려 혼자 다섯 번째 한국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다. 31년간 깨지지 않던 기록을 뛰어넘은 후 7년을 쉼 없이 달려 기록을 0.24초 단축했다.

우리나라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총알 탄 사나이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출전한 첫 경기에서는 꼴찌를 했다. 그랬던 그가 대단한 노력과 의지로 1년 뒤 전관왕에 올랐다.


꼴찌에서 최고가 되기까지 그는 좌절과 고민·두려움 속에서도 수없이 트랙을 차고 나갔을 것이다. 1년에 600㎞를 달린다는 그는 지난 8월 런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단거리 준결승에 올랐다. 이제는 9초대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그의 의지와 열정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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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질환을 이겨내려는 디스크 환자들의 의지에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통증을 참다가 병을 키워 응급실로 실려오는 디스크 환자들이 종종 있다. 통증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않다 보니 근육과 인대가 굳어져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역인 분들이다.

이럴 때는 환자에게 한방 응급치료법인 동작침법(MST)을 쓴다. 경혈에 침을 놓아 심부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을 덜어준다. 특히 환자 스스로 안 쓰던 몸을 사용하게 해 뭉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고 혈액의 흐름도 개선시켜 치료를 한결 수월하게 해준다. 누워 꼼짝 못 하던 디스크 환자도 수십 분 만에 걷는 경우가 많다.

동작침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고통과 맞서는 일이다. 하지만 몸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은 대개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 오랜 시간 질환과 싸우면서 마음도 약해진 탓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환자에게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디스크 환자가 움직일 수 있다는 의지를 갖는 것만으로도 질환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질환도 우리의 삶도 힘들수록 의지를 갖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삶의 빈 원고지는 뚜벅뚜벅 걸으면서 채워진다. 잘못 쓴 한 줄에 연연할 필요 없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써 내려가야 할 수많은 원고지가 남아 있다.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오늘의 두려움은 내일의 희망이다. 움츠러든 우리 사회 모두 희망을 향해 달리며 인생의 원고지를 멋지게 채워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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