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시장이 차별화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좋은 우량기업은 수요예측에서 발행예정 금액을 초과 달성해 증액을 하는 반면 BBB등급의 회사들은 9% 가까운 금리에도 회사채 발행이 미달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에너지와 동원F&B가 최근 회사채 시장 부진에도 양호한 실적과 기업 성장 기대감으로 3~4배가량 초과 수요를 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GS에너지는 지난 24일까지 진행된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총 4,500억원의 유효 수요가 들어왔다. 500억원씩 모집하는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2,300억원, 2,200억원 규모의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흥행 성공에 GS에너지는 1,000억원 이상 회사채 증액 발행도 가능하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측은 “증액 발행에 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최대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GS에너지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회사채 상환 등에 사용한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마감한 동원F&B도 각 500억원씩 모집하는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1,900억원, 2,400억원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동원F&B 역시 증액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동원F&B는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운영자금과 회사채 차환에 쓸 예정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은 기초체력이 튼튼한 우량기업 위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BBB-/BBB)과 KCC건설(A-) 등은 회사채 발행에서 미달이 발생한 바 있다. 최우량 신용등급(AA+)을 보유한 SK가 그나마 이달 3,000억원 발행에 7,000억원가량의 수요가 나왔다.
GS에너지와 동원F&B의 회사채 흥행도 양호한 신용등급과 기업 성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동원F&B는 참치캔 부문에서 70% 안팎의 높은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A+에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실제 실적 역시 2014년 1조7,949억원에서 지난해 2조2,413억원을 기록하며 2년 사이 20% 이상의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 3년간 500억~600억원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GS칼텍스·GS파워 등 우량 에너지 기업의 모회사인 GS에너지 역시 올해 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조3,130억원, 7,546억원을 기록한 우량 지주사다. 특히 중동 아부다비 유전과 인도네시아 석탄 광구 등 신규 자원 개발 사업도 진행하며 향후 성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6월 기준 GS에너지의 신용등급은 AA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달 예정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우량기업 중심으로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수요예측을 하는 LG그룹 계열인 서브원(AA-)은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만기는 각각 3년물과 5년물이다. 금리는 각 민평 수익률에 최대 10bp를 더한 수준이다. 서브원은 계열회사 LG전자로부터 지하 6층 지상 19층의 강남 R&D빌딩을 매입, 임대오피스 및 리테일로 활용할 예정이다. 서브원은 지난해 10월 회사채 발행 당시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800억원을 증액, 최종 2,000억원을 발행했다. LG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서브원 외에도 LG디스플레이·LG하우시스가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23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롯데로지스틱스는 3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1,1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기관이 모두 소화했다. 현재 롯데로지스틱스와 주관사단은 최대 1,400억원으로의 증액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액 시 가산금리는 15bp에서 20bp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은 ‘A+’이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올라가면서 기관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연말 매수 감소 효과가 있다”며 “시장 상황은 안 좋지만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은 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