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가 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면서 에이즈 불안감이 퍼진 가운데 부산 지역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에이즈 환자가 8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관련법과 규정으로는 보건당국 상담과 치료를 거부하고 잠적한 에이즈 환자를 찾을 수 없어 감염자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정명희(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이 ‘20대 여성 에이즈 성매매’ 사건 직후 부산시와 일선 구·군 보건소에서 받은 에이즈 감염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재 부산 지역에 사는 감염자 수는 878명이다. 남성은 781명이고 여성은 97명이다.
감염자 가운데 798명은 보건당국 지원을 받으며 상담, 치료, 투약처방을 받고 있지만 80명은 연락이 안 닿는 상태다. 80명 중에는 3~4년 전부터 연락이 끊긴 감염자부터 최근에 진단받은 사람까지 다양한 환자가 있다.
상담거부는 물론 진료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활동을 약화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투약을 받지 않으면 몸 상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상습 성매매를 한 20대 여성 에이즈 환자처럼 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환자가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연락이 닿지 않고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가 많지만 보건당국이 소재를 파악해 치료를 권하기는 현행법상 불가능에 가깝다. 2008년 에이즈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되면서 감염자 명부 작성, 비치, 보고 제도를 없앴기 때문이다. 현재 일선 보건소는 에이즈 환자 실명 현황조차 알지 못하고 연락처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
소재 파악도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분기에 한 번 전화 등을 하도록 했지만 지금은 관련 규정이 없어 보건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1년이나 상·하반기에 한 번씩 연락을 취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재 에이즈 환자 신원과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는 병원 치료 후 치료비를 보전받기 위해 환자가 보건소에 본인부담금 보전 신청서를 낼 때뿐이다. 부산 한 보건소 에이즈 담당 직원은 “치료조차 받지 않고 연락이 끊긴 에이즈 환자 같은 경우 현재 어디에 거주하는지, 몸 상태가 어떤지 등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허목 부산 남구보건소장은 “신규 에이즈 환자로 판명된 사람 중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은데 ‘에이즈에 걸리면 죽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성인병 만성질환처럼 에이즈도 항바이러스제만 먹으면 남에게 옮길 가능성도 희박하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정명희 시의원은 “에이즈 예방법 개정은 환자 인권을 더욱 보호하라는 취지이지 치료를 위한 관리를 소홀히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부산시를 비롯해 보건당국은 에이즈 예방과 치료를 위한 다각적인 홍보 등 유연한 정책을 펴 보건행정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