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2007년 출범해 ‘골프 한류’의 밑거름 역할을 해온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중견 대회다. 해마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지난해까지 아홉 차례의 대회 가운데 세 번이 연장 승부일 정도로 매번 예측 불허의 흐름이 계속됐다. 정규 라운드에서 마무리된 여섯 차례 대회에서도 우승자와 2위의 격차는 세 번이 1타였고 가장 크게 벌어진 2타 차도 세 번이었다.
인천 드림파크CC 파크코스(파72)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서는 이승현이 최종일 7타를 줄여 혼전을 평정하고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로 정상에 올랐다. 당시 이승현·이정은·배선우·안신애·이민영 등 5명이 최종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이승현은 잠시 선두를 내주기도 했지만 15번홀에서 공동 선두를 되찾은 뒤 마지막 18번홀에서 12m 장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이정은5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경남 거제의 드비치 골프클럽(파72)에서 펼쳐진 2015년 대회는 ‘스텝스윙’ 김혜윤의 부활 무대가 됐다. 김혜윤은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60cm 옆에 붙여 3년 만에 통산 5번째 우승을 결정지었다. 선두에 5타 차 공동 8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김혜윤은 1번과 2번, 4번홀에서 세 차례나 그린 주변 칩 샷을 홀에 집어넣는 묘기를 연출한 이후 퍼트가 살아나면서 2위 조윤지를 2타 차로 따돌렸다.
2014년에는 허윤경과 김효주의 연장 승부가 멘털 골프의 진수를 보여줬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강풍까지 몰아친 가운데 둘은 ‘만추의 결투’를 펼쳤다. 당시 시즌 5승을 거두고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김효주는 마지막 날 정규 18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하는 드문 경험을 했다. 전날 10개 홀까지 합치면 28개 홀 연속 파 행진이었다. 3타 차 공동 10위에서 출발한 허윤경이 2타를 줄여 공동 선두가 됐고 첫 번째 연장전에서 2m 파 퍼트를 넣어 시즌 2승이자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이정민은 2012년 이 대회에서 2년5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한 뒤로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2011년은 역대 우승자끼리의 연장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8년 챔피언 김하늘과 2009년 우승자 이현주가 맞붙었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지킨 김하늘이 우승했다. 김하늘은 서울경제 레이디스클래식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고 3위도 두 번(2010·2012년) 했다. 2년7개월의 우승 가뭄을 해갈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도 2011년 이 대회에서였다. 그해 김하늘은 상금왕과 대상, 다승왕을 휩쓸었다. 2008년 이 대회 첫 우승 때는 마지막 날 마지막 홀 10m가 넘는 거리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 1타 차 역전 우승을 껴안는 명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정은5가 우승한 2010년은 준우승자 장수연이 우승자만큼 화제였다. 당시 고1 아마추어였던 장수연은 최종합계 9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15번홀(파4)에서 세 번째 샷을 할 때 골프백의 위치가 뒤늦게 문제가 됐다. 그린 주변에 놓아둔 골프백이 홀 쪽으로 세워져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2벌타를 보탠 장수연은 결국 연장에 가 첫 홀에서 졌다. 이현주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울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대회에 다녀야 했는데 2009년 서울경제 레이디스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며 설움을 떨쳤다. 신지애는 2007년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으나 마지막 날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1타 차로 역전 우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시즌 2승을 달성한 그는 이후 7승을 더 보태 시즌 9승을 쓸어담으며 상금왕과 대상 등 4관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