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이 테러 공격을 받는 일이 잇따르자 러시아 한 유력 언론사가 기자들에게 호신용 총기를 지급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신문인 ‘노바야 가제타’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은 정부가 언론인을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속 기자들에게 총기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기 지급 방침은 지난 23일 모스크바에 있는 민영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바’(모스크바의 메아리)에 괴한이 침입해 근무 중인 여기자를 흉기로 공격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공격을 받은 에호 모스크바 진행자 타티야나 펠겐가우에르(32)는 목에 깊은 자상을 입고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기자를 상대로 한 잦은 공격 때문에 조처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잦은 암살 기도 속에 살고 있으나 국가에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뉴스룸을 무장시킬 것이라며 정당한 자위조치임을 강조했다. 직원들을 러시아 내무부로 보내 무기훈련을 받도록 하고 ‘충격용 무기’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충격용 무기는 통상 고무 탄환을 발사하는 권총을 의미한다. 근거리에서 고무 탄환에 맞을 시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노바야 가제타 소속 언론인 6명이 사망하거나 피살됐다. 체첸 공화국의 인권침해를 보도해온 안나 폴리코프스카야는 2006년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총격을 받고 피살됐다. 3년 후에는 프리랜서 기자인 아나스타시아 바부로바가 모스크바 길거리에서 역시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신문 칼럼니스트이자 에호 모스크바 진행자인 율리아 라티니나는 지난달 자신의 승용차가 불에 타는 사건 이후 러시아를 떠났다.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 유력 진보계 신문으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이브닝 스탠더드와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을 소유하고 있는 가문의 사업가 알렉산드르 레베데프가 공동 소유주로 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