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What]미 최대 민간 개발 프로젝트 '허드슨 야드'… 뉴욕 새 금융허브로 뜬다

축구장 13개 들어갈 부지에

50~80층 규모 빌딩 들어서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 입주

2019년엔 금융사 집결지로

편리한 교통·신축 건물들에 매료

미래가치 눈뜬 소비재기업도 가세

일·주거·여가 한번에 만끽 가능해

밀레니얼 인재들 핫플레이스 될 듯

허드슨강에서 바라본 허드슨야드 개발 조감도/사진 = 릴레이티드사 제공허드슨강에서 바라본 허드슨야드 개발 조감도/사진 = 릴레이티드사 제공


세계 최대 마천루 전시장인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에 또 한번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월가가 위치한 다운타운과 대형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미드타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웨스트사이드)가 미국 역사상 최대 민간개발 프로젝트 ‘허드슨야드’를 앞세워 천지개벽을 하는 모습이다. 운행이 끝났거나 준비 중인 철도차량기지로 허드슨강을 앞에 두고 버려지다시피 했던 26에이커(약 10만5,000㎡)의 대지에 50~80층 규모의 첨단 오피스·주상복합빌딩 7개 동과 최고급 호텔 및 쇼핑몰 등이 위용을 갖춰가자 세계적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엔터테인먼트 및 소비재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들은 허드슨야드가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생)’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랜드마크’로 매력을 더하면서 뉴욕의 새로운 금융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2815A15 허드슨야드


허드슨야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은 맨해튼을 남북으로 가르는 15개 도로 중 가로로는 허드슨강에 접한 가장 서쪽의 12번 애비뉴에서 10번 애비뉴, 세로로는 30번가와 33번가 사이에 위치한 직사각형의 부지로 축구장 13개가 들어갈 정도로 규모가 크다.

금싸라기땅을 촘촘히 개발해온 뉴욕에, 그것도 심장부인 맨해튼에 이런 넓은 땅이 남아 있었던 것은 이곳이 맨해튼과 미 전역을 잇는 철도와 도로·터널 등을 지탱하는 공공 인프라였기 때문이다. 이곳을 차량기지로 쓰던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일부 시설 이전과 정비를 거쳐 대대적인 개발에 나서기로 마음 먹고 뉴욕 최대 부동산 업체 릴레이티드사와 지난 2010년 계약을 체결했다. 릴레이티드는 뉴욕뿐 아니라 시카고·보스턴·런던·상하이 등에 50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회사다. 민간개발 프로젝트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250억달러가 투입되는 초대형 개발사업을 맡은 릴레이티드는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에 섣불리 개발사업에 착수하기보다 MTA에 4,000만달러 이상을 선지급하며 부지 정리와 업무 조정을 독려하는 한편 큰손 투자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허드슨야드 개발에 불이 붙은 것은 2014년부터다. 미 부동산 경기에 숨통이 트이자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무원연금 계열의 옥스퍼드부동산그룹이 가세하고 중동 국부펀드인 쿠웨이트투자청과 중국·일본 자본도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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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허드슨야드가 월가와 미드타운을 대체할 뉴욕의 미래 금융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 데는 미국의 3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허드슨야드로 본사를 옮기기로 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KKR 공동 창업자인 헨리 크래비스 회장은 한 만찬 자리에서 오랜 친구인 제프 블로 릴레이티드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허드슨야드 개발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즉시 관심을 표명했다. 이후 KKR는 허드슨야드에 건설될 고층건물 중 가장 높은 80층짜리 ‘30허드슨야드’ 의 최상위 10개 층을 사들이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성공신화를 써온 대표적 인물인 크래비스 회장이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미드타운 57번가에 위치한 그림 같은 본사 빌딩을 뒤로하고 허드슨야드를 새 본사로 선택했다는 소식이 허드슨야드 프로젝트에 대한 ‘보증수표’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투자가 및 기업들이 허드슨야드로 앞다퉈 몰려들기 시작했다.

5조달러 넘는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창업주이자 CEO인 래리 핑크가 맨해튼 고급 오피스빌딩이 밀집한 파크애비뉴를 떠나 허드슨야드 이전에 동참했고 미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 역시 허드슨야드를 뉴욕의 새 사업거점으로 선정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스티브 코언과 댄 로브도 각각 포인트72애셋과 서드포인트 본사를 허드슨야드로 옮기기로 하는 등 주요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오는 2019년이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집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드슨야드의 미래가치를 간파한 것은 돈에 민감한 금융회사뿐 아니라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디어·정보기술(IT)·명품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HBO와 CNN·워너브러더스를 거느린 타임워너그룹을 필두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로레알·SAP가 입주계약을 마친 상태다. 맨해튼빌딩의 60% 이상이 건립 5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인 현실을 고려할 때 편리한 교통과 신축 건물들로 무장한 허드슨야드의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애초 교통의 요충지로 워싱턴DC와 보스턴 등을 잇는 펜스테이션이 코앞에 있고 지하철 7호선과 링컨터널을 통해 뉴욕과 뉴저지를 각각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허드슨야드는 스타워즈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미래형 광장과 첨단 전시·공연장에 니먼마커스 등 고급 백화점과 유명 식당들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긴장한 미드타운 건물주들은 최근 빌딩 리노베이션에 거액을 투자하며 세입자 지키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블로 릴레이티드 CEO는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최적의 근무환경을 찾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일과 주거·여가 등에서 최고 수준을 만끽하며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데 그곳이 바로 허드슨야드”라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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