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주중 한국대사관과 중국 외교가에 따르면 양국 외교 라인에서 중국 당대회를 전후해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주중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식 때만 해도 행사를 각자 진행해야 할 정도로 관계가 냉랭했지만 당대회를 전후해 중국이 관계 개선의 적극적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로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2017년도 개천절 국군의날 기념 리셉션’에 중국의 차관보급인 천샤오둥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 것은 한중관계 개선의 상징이자 분기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행사에는 중국 측 주빈이 참석하지 않았다.
민간 부문에서도 씨트립 등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 여행상품 검색과 판매 재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는 등 반한 감정의 냉기운이 서서히 풀리는 조짐이 감지된다. 현지 식당가에서도 변화의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한산했던 왕징 한국 식당가는 최근 들어 중국인 손님들의 출입이 잦아졌다. 왕징의 한 한국 음식점 대표는 “지난주 말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 단체 손님을 받았다”면서 “사드 이전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히 큰 고비는 넘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 등 사드의 대표 기업으로 낙인 찍힌 한국 대기업들은 여전히 사드의 된서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중국 롯데마트의 경우 왕징점 등은 매장의 3분의2가 이미 제품을 철수시켰고 손님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차와 삼성 스마트폰 등도 판매 둔화 추세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지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 인수를 포함해 대규모 중국 투자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사드 관련 관계 개선의 신호가 공식화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거나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