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와 금융감독원 등 최근 드러난 사례만 보더라도 채용과정이 얼마나 비리로 얼룩졌는지 알 수 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원랜드는 2012∼2013년 신규 직원 거의 대다수가 누군가의 청탁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기관만도 10여곳에 이른다. 채용비리는 일상화한 관행처럼 굳어져 이제 곪을 대로 곪았다고 봐야 한다. 공공기관은 보수와 복지수준이 높은 데 비해 민간기업보다 업무가 느슨해 청년 구직자 사이에서는 선망의 직장으로 꼽힌다. 그런 곳의 채용비리는 취업대기자를 우롱하는 반사회적 범죄나 마찬가지다. 균등해야 할 기회마저 박탈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청년 구직자를 허탈하게 만드는 채용비리는 일부 공공기관 수장과 임직원이 저지른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다. 그 뿌리에는 공공기관장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권력과 정치의 연줄을 타고 내려온 인물이 그런 곳의 채용 청탁을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채용비리는 워낙 은밀해 사후 적발에 한계가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친다니 다행이지만 수장인선 단계부터 낙하산 시비가 없는 인물이어야 채용비리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다. 정치권도 지역구 관리 차원이나 실세과시용으로 청탁하다가는 패가망신할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