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견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며 반려동물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들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가족의 결핍을 개나 고양이 등으로 채우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팻팸족(Pet+Family族)’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방송에도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반려동물만 다루는 케이블 채널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팻팸족이 늘면서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조2,900억원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5조8,1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확대는 관련산업의 발달을 부른다. 과거 사료나 용품에 국한됐던 반려동물 관련 제품군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위치추적기 같은 정보기술(IT) 제품은 물론 반려동물이 목욕 후 들어가 털을 말리는 펫드라이룸 등 가전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사료는 식품으로 진화했다. 유기농 사료는 물론 반려동물 전용 우유도 나와 있다. 애견 호텔·카페는 이미 흔한 창업 아이템이다. 전문 훈련사가 돌봐주는 반려동물 유치원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예방의학 발달로 반려동물의 수명이 늘면서 의료 수요가 폭증하자 제약·바이오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반려동물 항암제와 DNA 백신을 개발 중이고 질병 예방을 위한 유전자 검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동물용 혈액 검사기와 초음파 진단기 개발이 한창이다. 서울대병원은 다음달 국내 최초 스마트 동물병원을 개원한다. 반려동물을 위한 ‘펫 헬스케어(펫케어)’가 제약·바이오는 물론 의료산업의 성장 키워드로도 자리 잡으며 ‘펫코노미(Pet+Economy)’가 1.0시대를 지나 2.0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애견인구가 늘며 곳곳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불협화음도 터져 나온다. 동물용 의약품 처방·판매를 둘러싸고 수의사와 약사들이 서로 으르렁대고 유기견 양산 또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반려동물 관리와 유기견 예방을 위해 동물등록제가 도입됐지만 실제 이를 지키는 애견인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최근 3년간 동물등록제 위반 단속 건수는 500건에 불과하고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1건에 그쳤다. 법·제도가 있어도 운영할 의지가 없고 지킬 의무도 방기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한일관 대표 사망사건처럼 맹견은 물론 반려견에게도 입마개를 하지 않거나 목줄을 매지 않고 외출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단속은 뒷전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목줄 적발건수는 3만8,309건이나 되지만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55건에 불과했다. 비반려인들은 법·제도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해야 과태료 인상 등의 미봉책을 내놓는 정부·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애견인들의 의식과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이 소중한 만큼 비반려인에게도 ‘펫티켓(Pet+Etiquette)’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우리보다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한 선진국들은 반려견에 대한 의식이 높을뿐더러 펫티켓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독일은 실외에서 개의 목줄을 풀려면 ‘반려견 목줄 면허’를 따야 한다. 이 면허는 목줄 없이도 개를 통제할 수 있을 때만 부여된다. 또 스탠퍼드셔테리어·아메리칸핏불·불테리어·도사 등 맹견 4종은 외출 시 반드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모든 개가 견주의 신상정보가 적힌 목줄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애견 유치원 ‘에꼴드시앙’의 김한주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안전 문제 등에서 반려인들의 의식이 여전히 낮아 비반려인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면서 “반려인들의 의식이 고양될 때까지 법·제도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