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 결선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어반 댄스 그룹 ‘저스트 저크’의 무대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에 등장한 음악은 황병기의 ‘침향무’였다. 이들은 신라의 화랑무(舞)를 모티브로 한 군무를 선보였고 심사위원과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2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이자 아델·칙코리아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출연한 NPR(national public radio)의 라이브 프로그램에 출연한 첫 한국인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이다. 그를 비롯한 소리꾼 3명이 포함된 6인조 민요 록밴드 ‘씽씽’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주목을 끌었다.
#3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2017년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에서는 국악에 발레를 입힌 국립발레단의 작품 ‘즉(卽)’이 초연된다.
국악에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러브콜이라는 것이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며 우리가 밀던 방식이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때로는 파편으로, 때로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는 ‘한식 세계화’를 한다며 한정식 세트를 널리 알리고 있는데 정작 외국의 유명한 식당이 단품 메뉴로 잡채를 선정해 단독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새다.
국악에 특화된 공연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부족한 것이 많아 아직은 실패와 성공의 모자(母子) 관계 회복, 그러니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임을 확인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최근 들어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다른 예술 분야에서 국악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발레리나 김주원의 무대는 소리꾼 이나래의 서도민요 ‘배따라기’에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김세연의 안무를 더한 작품이었고 2017 대한민국 문화재대전에서 초연되는 국립발레단의 작품 ‘즉’은 올해 ‘허난설헌·수경월화’로 큰 성공을 거둔 강효형 안무가가 국립국악원의 윤서경·이재하의 연주를 듣고 감동해 춤을 덧붙인 작품이다. 두 작품에서 내가 한 역할은 고작 하나밖에 없다. 국악을 꾸준히 그들에게 들려주었을 뿐이다. 결정은 그들이 하도록 했으며 구성과 편곡도 사용자인 그들에게 100% 맞춰줬다.
정확히 보자. K팝은 문화가 아니다. 팔려고 만든 상품이다. 그래서 홍보가 아닌 세일즈를 한다. 기념품과 상품은 목적과 용도가 다르다. 지금 국악은 보존을 넘어 보전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