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은 무너지기 십상이고 걷지도 못하는데 달릴 수는 없다. 한글을 모르고 국어를 할 수 없고, 사칙연산도 모르면서 수학을 할 수는 없다. 노후준비에도 사칙연산처럼 꼭 알아야 기초가 있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기술이 노후준비에도 필요하다다.
사칙연산 중 기본은 더하기다. 노후준비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더하기 개념이 있다. 바로 ‘연금 더하기’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연금을 더하는 것으로 노후준비가 시작된다. 그 위에 다시 연금을 더하는 과정이 결국 노후준비다. 통상 국민연금을 가장 먼저 더하고, 그 위에 퇴직연금, 다시 개인연금 순으로 추가하는 것이 기본적인 연금더하기 공식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3개의 연금만 잘 더해도 노후준비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
더했다면 이제는 뺄 차례다. 뺄셈은 무언가 쓸모 없거나 지나치게 많을 때 필요하다. 노후준비에서는 안전자산이 그렇다. 종종 지나치게 많은 안전자산 때문에 자산 증가가 정체되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중 예금 같은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가장 높다. 현금성 자산은 안정성도 높고 유동성도 뛰어난 대신 수익이 작다. 지난 7월 기준 은행예금의 평균 수신금리는 1.48%에 불과하다. 물가까지 감안하면 예금만으로는 오히려 자산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안전자산을 빼서 수익성이 높은 투자형 자산으로 옮겨 저금리 시대에 맞는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
더하기, 빼기를 마쳤다면 이제 곱하기로 결과물을 배로 키워야 한다. 노후준비에서 반드시 곱해야 하는 것은 시간이다. 노후자금에 시간을 얼마나 잘 곱하느냐에 따라 노후자금의 수준 자체가 달라진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저축을 합쳐 연간 세액공제 한도금액은 700만원이다. 이 금액을 매년 3%의 이율로 투자할 경우 첫 5년간의 이자는 총 328만원이다. 그럼 다음 5년의 이자도 328만원일까? 아니다. 다음 5년간의 이자는 937만원이다. 10년이 지난 후 그 다음 5년 동안의 이자는 1,645만원이고 이후 5년간의 이자는 2,464만원에 이른다. 투자원금과 이자에 시간이 곱해지면서 발생하는 복리효과 덕분이다.
사칙연산 중 맨 마지막에 배우는 것은 나누기다. 노후준비에도 끝으로 나눠야 할 것이 바로 ‘부담’이다. 부담을 잘 나눈다면 몫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A씨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가 9%이므로 A씨는 매달 18만원을 국민연금에 납입한다. 이렇게 20년 동안 납입하면 A씨는 노후에 매월 43만5,000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A씨의 부인이 국민연금 부담을 나눠진다면 똑같은 금액을 불입하고도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납입금액을 부부가 똑같이 나눠서 9만원씩 20년간 내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 사람당 33만1,000원씩 부부가 총 66만2,00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혼자 넣었을 때보다 매월 20만원 이상의 연금을 더 받는다. 연금액보다는 가입기간을 늘릴 때 더 효과가 뛰어난 국민연금의 제도적 특성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