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사드는 한중관계 복원의 전제조건이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관계에 해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개별 여행사에서 한국 단체관광객 모집이 재개됐고 일부 드라마나 영화의 중국 수출도 모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과 함께 현재 양국관계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우호관계를 회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도 “한국과의 소통과 교류를 확대하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이후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했던 이전의 강경한 자세와는 사뭇 다르다.


한중 정상회담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중국 정부가 19회 당대회 기간 중 개최 의사를 타진해왔다는 말이 도는가 하면 연내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시진핑 주석이 답방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진위야 어쨌든 최악의 한중관계를 회복하자는 공감대가 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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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낙관하기는 힘들다. 사태의 원인인 사드와 관련해 중국은 ‘자국의 전략 안전 이익을 해치는 조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드는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우리 해명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런 중국 정부가 아무 이유 없이 태도를 바꾼다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셈이 되는데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우리 정부에 상응하는 대가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사드 관련 유감을 표명해 중국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나친 요구다. 사드는 우리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 한 포기할 수 없다. 대북 제재를 위한 공조나 불이익을 당하는 한국 기업을 위해 한중관계 복원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당한 자위권 행사마저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드는 관계복원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정도의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00년 마늘 분쟁 때의 저자세 외교가 2017년에 재연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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