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와치-펫티켓 실종시대] 유기견·대인피해 느는데…'개과천선' 없는 법·제도

시장 성장 못따라가는 말뿐인 규제에

등록 않고 목줄 없이 산책 '일상화'

단속·과태료 등 안전조치는 '쿨쿨'

지자체 담당 부서 없고 예산 타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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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오모(38)씨는 지난달 6개월 된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그는 최근 집에 놀러 온 수의사 친구로부터 3개월 이상 된 강아지는 구청에 동물등록을 해야 하고 미등록 시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오씨는 미등록동물에 대한 단속도 없고 등록하러 갈 시간도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동물등록을 미루고 있다.

# 지난 5월부터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일본인 여성 후지모토 후미(37)씨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면 목줄을 매지 않은 개들을 자주 보게 된다. 후지모토씨는 ‘목줄을 매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단속을 잘 하지 않는다’는 친구의 설명에 “목줄 없는 개가 다른 사람에게는 공포감을 줄 수 있다”며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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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000만마리 시대를 맞이하는 등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 반려동물 관련 법률과 제도는 동물보호법 등에서 보듯 대부분 반려동물 자체를 사육·관리하는 데 머물고 있다. 지금까지는 반려동물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가축 정도로 취급한 것이다. 예를 들면 ‘동물 학대 방지와 동물 복지에 노력해야 하다’는 수준이다.

반면 반려동물과 사람의 관계, 반려동물의 유통·소비 등 산업 측면에서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동물들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거나 동물 관련 산업이 다른 산업과 충돌이 되느냐에 대해는 간과돼왔다. 이에 따라 유기견이 양산되거나 반려동물에 의한 대인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자칫 커지는 반려동물 산업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커지는 반려동물 산업 규모만큼 법과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비와 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무실한 반려동물 관련 제도로는 동물등록제가 꼽힌다. 지난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가 시행됨에 따라 개를 소유한 사람은 관할 시군구청에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동물등록제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소유자를 쉽게 찾아 유기견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4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4년 동물등록제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107만마리의 반려견이 등록됐다. 다만 이는 반려견 열 마리 중 한 마리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등록에 따른 단속 건수는 2014년 42건, 2015년 203건, 2016년 249건 등 총 494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2014년 단 한 건뿐이었다. 동물등록 의무화는 현재까지 반려견뿐으로 반려묘(고양이) 등 다른 동물은 대상도 아니다.


또 개를 데리고 외출할 때 목줄을 매지 않거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경우도 동물보호법에 따라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목줄 미착용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목줄 등 안전조치 없이 반려견을 바깥에 방치하면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 실적을 보면 2014~2016년 22곳의 시 직영공원에서 개 목줄 미착용 단속을 통해 개 주인에게 과태료를 내게 한 것은 34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계도 2만69건 대비 과태료 부과는 0.16%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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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제도들인 셈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단속 의지가 없고 반려견 소유주는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에게 목줄이나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한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위협성을 낮춰 견주와 다른 사람들이 좀 더 안심할 수 있다”며 “사람과 개 모두를 위해서는 애완견과 함께 외출할 때 목줄 등의 안전장치를 하고 공원을 관리하는 지자체도 관련 홍보를 적극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유통·반려·사후관리 등 반려동물 전 생애주기에 대한 법과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하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있는데 5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장묘업체 43곳을 점검한 결과 불법 영업업체가 7곳이나 됐다. 단속에 걸린 업체들은 동물 화장·납골시설에 대한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영업장의 위생실태가 미흡했다.

문제는 예산과 인력이다. 반려동물 정책을 담당하는 곳은 농식품부이지만 대부분이 이를 잘 모르는데다 정책총괄기능도 약하다. 실제로 단속을 하는 것은 지자체지만 담당 부서나 인력이 없다. 반려동물을 전담하는 동물보호과가 있는 곳은 서울시뿐으로 기타 지자체에서는 겨우 한 명이 축산·방역 업무와 함께 동물보호·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초 유명 음식점인 한일관 대표 김모씨가 가수 겸 배우인 최시원씨 가족이 키우는 개에게 물린 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국회에서 반려동물 관련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많다. 반려동물과 가축의 차이, 반려동물에 대한 소유주의 책임 범위, 애견 카페 등 반려동물 영업과 기존 영업과의 형평성 등에서다.

손태규 단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관련 산업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이에 미흡한 반려동물 관련법·제도를 정비하고 제대로 집행해 사람과 동물, 그리고 경제적 이윤까지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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