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더독(WAG THE DOGS).’
말 그대로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인데, 증시에서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경우를 뜻하던 것이 ‘주객전도’를 칭하는 말로 쓰인다. 매년 하반기에 이듬해 소비 경향을 키워드로 정리한 책 ‘코리아트렌드’를 내놓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가 2018년의 소비 키워드를 ‘웩더독’으로 압축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2018 트렌드 키워드 발표회’를 가진 저자는 ‘당신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무엇이냐’를 묻는 ‘소확행’으로 포문을 열었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용하게 삶을 즐기는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 ‘오캄(au calme)’, 화려하지 않으나 소박하게 자신의 공간을 채우는 스웨덴어 ‘라곰(lagom)’, 편안하고 안락함을 의미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 등의 생활방식은 거창함 대신 찰나에 집중하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게 하는 ‘소확행’ 소비로 이어진다. 또한 마음을 위로하는 ‘플라시보 소비’는 소비자들의 헛헛한 마음을 채우고 삶을 위로하는 방편으로 작동한다. 가성비에 마음(心)을 더해 ‘가심비’가 되는 셈이다.
저자가 특히 강조한 것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세대의 활약이다. 일 못지않게 자신의 삶을 중시하고 직장생활이 취미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이 되는 이들 새로운 ‘직딩 세대’가 올해 ‘욜로족’에 이어 내년 소비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봤다.
이외에도 무인기술이 사람 간의 접촉을 지워버린 ‘언택트(Untact) 기술’의 확산은 손님에게 말 걸지 않고 혼자 조용히 살펴볼 수 있게 두는 침묵의 서비스를 낳고, 스페인어 ‘케렌시아’처럼 나만의 휴식공간을 추구하는 경향은 공간 비즈니스와 수면 산업 등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만물의 서비스화’, ‘매력자본의 시대’, ‘신념의 소비’를 비롯해 관계 이후의 관계를 모색하는 ‘대안관계’, ‘자존감’을 세워주는 전략 등이 2018년의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꼽혔다.
‘웩더독’이라는 말 그대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SNS가 대중 매체보다, 1인 방송이 주류 매체보다, 온라인 인플루언서가 빅스타보다 더 인기를 끄는 사회·문화적 현상이 소비 트렌드와 직결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