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 출범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로 경색됐던 한중관계가 해빙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중관계 정상화를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도 중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드 문제를 제대로 매듭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내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27일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유감 표명 등 전제조건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그런 요구를 정부가 받은 바가 없기 때문에 유감 표명 등을 고심 중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그만큼 사드 문제가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일방적인 유감을 표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선례를 남길 경우 향후에도 국익이 달린 문제에서 중국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도 우방국인 한국에 강압적인 태도와 일방적인 제재 조치로 국민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고들 하지만 사드 문제에 관해 서로의 국민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절묘한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유감 표명을 하려면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확실한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등 시간이 걸려도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아무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중관계 정상화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시급한 일이라는 점에서다. 이 센터장은 “중국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압도적 다수로 권력을 연장한 상황에서 일본 군사 대국화를 현실로 느끼고 있고 북핵 위협도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유기적인 협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드와 관련한 경제 보복으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사드 갈등 장기화는 중국에도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제 제재가 지나치게 장기화하다 보니 우리나라나 주변국의 친중 인사들도 입지가 좁아지고 ‘이건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이 강대국을 지향하는 만큼 그런 점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은 내년 성장률을 좀 놓치더라도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대규모 인프라에 자금이 많이 동원되는 사업을 위해서 주변국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 교수는 사드와 경제 문제를 분리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쓴 열매를 삼킬 거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는 시 주석의 말처럼 오히려 중국이 핵심 이익인 사드 문제에서는 더 강경해질 수도 있다”면서 “중국의 사드-경제 분리 전략으로 한중 간 외교에 더 공간이 생길 수는 있지만 마냥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의 필요성을 주문했다./박효정·빈난새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