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바이크 시승을 1도 안 했고(늙었는지 귀찮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 각종 투어와 모터사이클 제조사 이벤트들로 두유바이크를 채웠습니다. 확실히 시승기만큼은 조회수가 안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나 오두바이 탐”이라고 했을 때 흔히 듣는 질문과 그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리해봤습니다. 진부하니까 그만 좀 물어보라는 의미이기도 한데 그럴 리 없겠죠? 빠른 포기…
읽어보시고 독자님들도 댓글로 라이더에 대한 흔한 오해와 잘 대답해주는 법, 혹은 복장터지는 소통 경험(…)에 대해 적어주세요.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비(非)라이더에게, 혹은 바이크 입문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①(두 팔을 치켜올리며)아 그럼 요거 타는 거야?
:그만 물어보세요 좀!!!할리 에이프행어(만세 바이크) 타는 사람 몇 안된다곸ㅋㅋㅋ큐ㅠㅠ
바이크의 세계도 다양합니다. 국산인 대림과 KR모터스, 그리고 수입해오는 혼다, BMW, 할리, 가와사키, 킴코, SYM, 스즈키, 야마하, 두카티, 베넬리, KTM, 로얄엔필드, 모토구찌, 빅토리, 인디안, 아프릴리아, 푸조, 베스파, 이탈젯, 트라이엄프 등등 엄청나게 많은 브랜드가 있으니까 이 기회에 한번 본인의 취향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②가죽바지 입고 타?
:그렇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라이더(별 근거 없는 제 추정치로는 약 96.5%)들은 가죽바지를 갖고 있지조차 않습니다. 물론 각자 숨겨진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면 존중해야겠지만요.
라이더들은 대체로 이런 복장이랍니다. 어깨, 등, 팔꿈치 등에 보호대가 들어간 전용 재킷을 입고 역시 보호 기능을 갖춘 장갑, 바지(보통 골반과 무릎에 보호대가 들어가 있고 케블라 소재 등도 많음), 부츠 등을 착용합니다. 헬멧은 당연히!
③바이크는 위험하잖아요.
:케바케입니다. 누군가는 사륜차나 자전거를 타다가, 혹은 걷다가도 교통사고에 휘말리듯 바이크라고 해서 무조건 사고율이 높진 않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의 2016년 자료를 보면 자동차는 사고 발생률이 0.864%, 이륜차는 0.6%로 더 낮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사고가 났을 경우 이륜차의 사망률은 좀 더 높습니다. 자동차는 0.017%, 이륜차는 0.02%로 0.003%포인트 차이가 나네요.
불행히도 이륜차 사고의 대부분은 25세 이하의 젊은층에서 발생합니다. 지난해 전체 이륜차 사고 1만2,654건 중 무려 36.8%가 25세 이하였습니다. 30~40대 라이더의 사고율은 24.7%, 50~60대가 20%, 71세 이상이 10.2%였습니다.
④바이크는 고속도로 못 달리죠?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는 나라가 흔치 않다는 이야기도 꼭 해드립니다.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무려 우리나라만 금지입니다. 1968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당시만 해도 이륜차가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1972년 돌연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당시 용달차 노릇을 했던 삼륜차들이 많았는데, 부실하게 개조한 삼륜차들이 많아 사고를 자주 냈다고 합니다. 삼륜차를 금지하면서 죄 없는 이륜차까지 고속도로 진입을 막게 됐는데 그게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자동차 전용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 1968년 개통된 강변북로도 원래 이륜차로 달릴 수 있는 도로였습니다. 하지만 80년대 말~90년대 초 노태우 정부 당시 바이크 폭주족들이 강변북로에서 종종 폭주를 벌이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마침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던 정부가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을 아예 금지해버렸습니다.
폭주족 때문이니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있겠지만 무려 30여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우리 시민의식도, 라이더 스피릿(?!)도 많이 성숙했습니다. 불필요한 관행, 우리나라에만 있는 관행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참고로 이 문제를 최근 법률방송뉴스에서 다루고 있더군요. 저도 몰랐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라이더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헌재 판단 달라졌다... 오토바이 규제 9차례 헌법소원)
⑤여성 라이더들은 헬멧 벗으면서 긴 머리 촤라락..그런 거 멋있던데요.
:그것은 백퍼 허구입니다. 당신은 TV와 인터넷으로 세상을 배웠군요? 쯧쯧
적절한 사이즈의 헬멧이라면 약간 머리를 조여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이 두피에 찰싹 들러붙게 되고 특히 여름이면 땀이 줄줄 나기 때문에(특히 신호대기 등 정차시엔 가뜩이나 날씨도 더운데 엔진열이 정말 뜨겁습니다) 머리가 미역처럼 달라붙죠. 그래서 평소보다 좀 추레한 행색이 되곤 합니다. 게다가 헬멧 썼다 벗었다 하면서 이마와 볼의 선크림도 지워져서 얼굴도 얼룩덜룩. 판타지는 버려주세요(단호).
⑥여성 라이더들은 머리를 땋고 다니던데, 그게 멋있어 보여서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죠. 소싯적 무려 미국 LA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트라이엄프 본네빌로 LA~샌디에고 간 고속도로를 7시간 정도 달린 적이 있습니다(두유바이크 미국 투어기 1회 클릭). 왠지 간지나는 것 같고 흐뭇하더군요. 그런데 달릴 때는 몰랐는데, 투어를 마치고 보니 머리카락 끝이 엄청나게 엉켜 있어서 그거 풀다가 엄청난 양의 머리카락을 끊어먹었습니다.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어도 머리카락이 휘날리다 엉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막기 위해 머리를 땋는 거죠. 그럼 머리카락이 흩날리지 않거든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마 머릿속에 떠오르는 각자의 경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고 계신가요? 댓글로 서로 나눠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