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고,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 시장금리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치솟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년 8개월 만에 2%대를 넘어섰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대에 진입했다. 정부가 10·24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압박감이 흐른다. 오랜 기간 이어졌던 저금리 기조에서 긴축의 시대로 돌입하면서 자산관리 및 대출관리 같은 투자 전략에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아무래도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보다는 부채관리 모드로 전환하는 포트폴리오 변경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경제성장과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추세적으로 연속선 상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심종태 신한 PWM분당센터 팀장은 “정책 발표 후에 오히려 시장이 진정되는 흐름이 있다”며 “계속 올라간다고 확신적으로 볼 필요까지는 없고, 하반기 한차례 금리 인상에 대응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대출자의 경우 금리가 오른다고 무작정 고정금리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금리 상승기 고정금리, 하락기 변동금리’라는 상식에서 벗어나라는 얘기다. 통상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1%포인트 정도 낮아 금리가 천천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2~3년 안에 상당 부분의 대출을 갚을 수 있다면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하다. 정기예금 측면에서는 6개월, 1년 보다는 1개월, 3개월 등 만기가 짧은 걸로 가져가는 편이 낫다.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내년부터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도입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내년 하반기에 적용돼 개인별 대출 가능금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상승기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를 하는 건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점진적으로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흘러가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자금 대이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 이미 금리상승 리스크가 반영됐고, 금리를 올릴 정도로 경기가 개선된다면 기업들의 수익성도 좋다는 의미여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조정이 나왔을 때 분할 매수하는 전략으로 주식비중을 10~20% 늘리는 게 좋다.
해외의 경우 과거 금리상승기 수익률이 괜찮았던 하이일드(고수익) 채권펀드나 뱅크론 펀드에 관심을 두는 것도 괜찮다. 뱅크론은 투자등급 미만(신용등급 BB 이하)에 속하는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는 대출채권인데, 일반채권과 달리 변동금리여서 금리 상승기에 유리하다.
박중혁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부장은 “금리가 올라가는 시점에서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으니 만기가 긴 국공채나 미 국채금리에 연동된 신흥국 달러표시채권 회사채 쪽은 줄이는 게 낫고, 뱅크론이나 하이일드 채권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안전자산인 금의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고 적극적인 투자는 피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