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008560)이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만료를 앞두고 자기자본 확대에 나섰다.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자본력을 늘려 경쟁 관계인 투자은행(IB)들보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더불어 기존 기업금융업무를 확장하는 동시에 해외 수익형 부동산 인수, 신재생에너지 발전산업, 대형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늘려 부동산 금융 전통 강자에서 IB 강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6월 말 7,48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했다. 자기자본 규모를 대형 IB 인가 요건인 3조원대로 늘리기 위해서였다. 이는 2020년 4월 예정된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만료에 따라 주가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늘어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금융시장 내 모험자본 공급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자기자본 100% 내에서 기업 신용공여가 가능하고, 헤지펀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허용된다.
메리츠종금은 지난 2015년 6월 아이엠투자증권과 M&A를 통해 자기자본이 2,600억원 가량 늘었고, 같은 해 8월 유상증자, 지난 4월 말 메리츠금융지주(138040)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각각 4,142억원, 4,502억원 늘렸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희석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한 RCPS로 메리츠종금은 약 2년 만에 자기자본을 1조8,700억원 늘려 짧은 기간 내에 대규모 자본 확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자본이 늘어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메리츠종금은 경쟁력을 강화함에 따라 2013년 ROE가 9.3%에서 2014년 16.3%, 2015년 23.2%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4%를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의 경쟁력은 부동산금융이다. 2010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디폴트(지급불이행)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부동산금융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월가 한인 1세대’인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리스크는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최 사장은 1999년 도이치뱅크가 인수한 뱅커스트러스트에서 기업금융 애널리스트를 시작으로 CSFB(Credit Suisse First Boston), 골드만삭스, 삼성증권 등을 거쳐 2010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때부터 메리츠종금증권은 리스크 관리에 두각을 나타냈고, 부동산 PF를 비롯한 기업금융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금융 외에 해외 수익형 부동산 인수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산업 등으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도 발행하기 위해 지난 7월에는 골드만삭스에서 헤드를 영입해 파생본부를 설립했고, 자체 헤지 비중을 100%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히 강화하고 있는 기업금융 분야에서는 이익 비중을 전체 순영업수익의 50~60%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해 6월 CJ CGV가 터키 최대 영화관 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을 인수할 때 2,900억원의 인수금융을 조달했고, 지난 9월에는 이랜드그룹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에 3,000억원을 대출해 주는 등 기업금융 딜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지난 2014년 6,000억원 수준이던 기업금융 취급실적은 지난해 2조원대까지 늘었고, 올 들어 지난 9월 기준 1조 6,000억원 가량을 기업금융으로 이익을 거뒀다.
덕분에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4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 98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7.9%가 늘어나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역시 1,251억원, 1,29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6%, 17.5%가 늘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78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2,538억원)의 70.5%에 해당했다. 같은 기간 수익성 지표인 ‘판관비/순영업수익 비율’은 48.6%로 업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메리츠종금은 늘어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기업 재무구조 개선 대출, M&A 인수금융, 모험자본 공급 등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메리츠종금 관계자는 “자기자본 규모가 커지며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도 여유가 생겼다”며 “딜 소싱부터 리스크 관리까지 기업금융 부문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형 IB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