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비상장기업 주식 거래 양도세 내야 하나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





“삼성전자 직원이 스톡옵션을 받았다면 시장에 내다 팔 때 거래세만 내면 돼요. 그런데 중소기업인 우리 회사 주식은 팔고 나면 이득의 10%나 되는 양도세까지 물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칩니다.” 한국장외거래시장(K-OTC)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서 상장 기업은 1%도 안 되고 나머지 99%는 비상장 기업이다. 이 중 일부 기업의 주식은 주주의 거래 편의를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에서 거래되고 있다. 거래 방식은 한국거래소와 유사하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주문을 내 사고팔면 된다. 큰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증권거래세(0.3%)만 부담하는 거래소와 달리 소액주주는 양도소득세(10%)도 자진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중소기업과 그 직원들과 관련된다. 대기업처럼 고액 연봉을 제시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 등으로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상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상장 전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양도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인재 유인 방법이 되지 못한다. 혹시 비상장 기업 직원이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해도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 과세 회피 성향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우선시한다. 많은 경우 제도권 시장이 아닌 사설 사이트나 브로커를 이용한다. 착한 거래 상대방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일부 투자자는 사기나 결제 불이행 등의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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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혁신산업의 투자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중소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사이클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회수시장이다. 일부 기업의 코스닥행을 제외하고는 인수합병(M&A)이나 세컨더리 거래는 희박하다. 미국은 장외거래시장이 활성화돼 상장 전이라도 벤처기업 주주와 임직원들의 투자회수시장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장외거래시장인 K-OTC는 세제와 관련한 약점 때문에 활성화가 덜 된 상황이다.

다행히 K-OTC에서 소액주주가 거래하는 경우 양도세를 면제하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법안의 통과가 중소기업의 고급 인재 유치와 혁신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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