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시나리오·마동석에 대한 믿음 통했죠"

[영화 '범죄도시' 제작사 홍필름 김홍백 대표]

캐스팅 바꿔야 투자 조언에도

마동석 배우 아니면 안돼 확고

단순한 '권선징악' 메시지에

다양한 캐릭터 등이 인기비결

‘범죄도시’ 제작자 김홍백 홍필름 대표./송은석기자‘범죄도시’ 제작자 김홍백 홍필름 대표./송은석기자


영화 ‘범죄도시’는 추석 개봉작 중 최약체로 평가받으며 당시에는 커다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재미있다’라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추석 개봉작 중 가장 많은 관객(584만5,075명)을 모은 것은 물론 ‘더 킹’을 제치고 올해 한국 영화 박스 오피스 4위에 올라섰다.

이같은 역전 대홈런의 주역인 김홍백(사진) 홍필름 대표는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가 재미있으면 관객들이 알아준다는 것을 보여준 게 ‘범죄도시’다. 시나리오의 힘이 컸다”고 거듭 강조했다.


각고의 노력과 기다림 끝에 ‘범죄도시’ 투자를 이끌어 내며 이제는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제작자로 떠오른 김 대표. 영화의 배급을 맡은 키위미디어그룹(012170) 논현동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계에 입문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언론과의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매우 쑥스러워했다.

김 대표가 들려준 ‘범죄도시’의 성공스토리는 드라마틱했다.

‘범죄도시’는 출발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투자자를 찾지 못해 영화 자체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 한 것. 지금은 ‘마요미’, ‘마블리’라고 불리며 충무로 캐스팅 0순위에 이름을 올린 마동석이라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덩치 큰 코믹한 캐릭터의 조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인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하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 보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강단 있게 밀어붙였다. “3년 반만에 투자가 결정됐어요. 투자를 받으려면 캐스팅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지만 ‘범죄도시’에는 마동석 배우가 적격이라고 생각했고 마동석 배우 아니면 안된다는 게 확고했어요. 강 감독도 이번 작품이 입봉작이지만 충무로에서는 알아주는 실력파에요. 작품이 여러 번 엎어져서 ‘범죄도시’가 데뷔작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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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날짜가 정해지고도 ‘범죄도시’는 제작진들의 자신감에도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서 전전긍긍해야 했다. 이미 개봉해 입소문을 타고 있던 ‘아이 캔 스피크’, 콜린 퍼스의 첫 방한으로 화제를 모았던 ‘킹스맨 : 골든 서클’, 150억 원 가량이 투입된 ‘남한산성’ 등 쟁쟁한 작품과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언론 시사회 전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게릴라 시사회를 연 것. “언론사들의 항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자신은 있었지만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저희가 믿을 건 관객뿐이었습니다. 자신이 있었던 만큼 절박했고 초심을 느끼게 한 작품이 ‘범죄도시’입니다.”

영화 속 조선족 사투리는 유행어가 됐고, 마동석뿐만 아니라 윤계상(조선족 조직폭력배 두목 장첸 역), 최귀화(형사 반장) 등도 모두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김 대표는 영화적 재미 뿐만 아니라 메시지와 캐릭터 등도 인기 비결로 꼽았다. “메시지는 단순해요. 권선징악. 맨손으로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무시무시한 캐릭터가 우리 편이다라는 점도 어필했죠. 마동석이 맡은 마석도 형사를 ‘맨손 히어로’라고 부르더라고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아니면 이런 캐릭터는 불가능했습니다.” 김 대표는 ‘범죄도시’ 촬영 당시 상황도 전했다. “조선족 악당도 많이 나오고, 장르가 범죄 액션이다 보니 살벌할 것 같지만 감독의 ‘컷’ 소리가 나고 나면 다들 아기 같이 장난치면서 웃었어요. 위성락, 양태 등 조폭 패거리도 재밌는 분들이죠.”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은 성장기를 거쳐 침체기에 들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 연속 연 관객 2억 명이라는 기록이 올해는 깨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이 관객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스타 배우와 스타 감독 그리고 대자본이 들어간 작품에만 관심을 갖는 업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자본들이 흥행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 즉 스타 캐스팅, 스타 감독에만 몰린다. 또 여름 성수기 시장에는 블록버스터가 포진하다 보니 10월 11월 비수기에는 작은 영화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한다. 다양하게 영화가 펼쳐 져야 한다. 저 역시 영화인로서 고민이 깊다.”

1996년 곽경택 감독의 ‘억수탕’ 제작부로 영화계에 입문한 김 대표는 2005년 홍필림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제작자로 나섰으고, 제작자로는 2010년 ‘심야의 FM’으로 데뷔한 김 대표는 이후 ‘뜨거운 안녕’(2013), ‘살인자’(2013), ‘워킹걸’(2014) 등을 만든데 이어 내달 2일에는 ‘부라더’를 개봉한다. 프로듀서로는 ‘죽어도 좋아’(2002), ‘효자동 이발사’(2004),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등에 참여했다.

사진=송은석기자

‘범죄도시’ 제작자 김홍백 홍필름 대표./송은석기자‘범죄도시’ 제작자 김홍백 홍필름 대표./송은석기자


‘범죄도시’ 제작자 김홍백 홍필름 대표./송은석기자‘범죄도시’ 제작자 김홍백 홍필름 대표./송은석기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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